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 Jul 22. 2022

Ep.11 인쇄 색 감리 방문



내지 색 감리를 하러 파주 출판 단지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은 터라 살짝 긴장됐지만, 다행히 우리 집에서 편도로 30분 거리였고 대부분 고속도로를 달리는 주행이어서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잘 다녀왔다.


저번에 을지로에서 들었던 인쇄 수업 덕분에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인쇄소에 방문할 수 있었다. 물론 수업 때는 디지털 인쇄기여서 조금은 단순했지만, 이곳은 옵셋 인쇄기라고 해서 정말 탱크만 한 큰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

일하시는 기장님이 미리 몇 장의 출력물을 뽑아 기다리고 계신 상태였다. 내가 우려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첫째 2도 인쇄에서 사용할 별색이 올바르게 잘 나왔는지, 둘째 흑백 사진이 너무 연하게 나오는 게 아닌지의 여부였다.

별색의 경우 팬톤 컬러의 번호를 찾아내 알려드리긴 했지만, 내가 보는 화면에선 좀 더 짙은 쿨톤의 초록색이었고 원하는 색상은 웜톤의 민트색 계열이었다. 근데 확실히 미색 모조지에 인쇄해서 보니 바라던 색깔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흑백 사진의 경우 진하게 나와 다행이다 싶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인물 사진이 너무 검게 보여 얼굴 윤곽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다. 분명 전화로 PDF에서 별색과 검정 두 가지 색을 모두 켠 상태가 결괏값이라고 했는데, 색상 맞추는 게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최대한 농도를 낮춰 달라고 부탁드리긴 했으나, 최종 결과물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


토요일이 되어서 이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지 싶었는데, 다음 주 서점 계약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표지에 미세한 문제를 발견해 적잖은 당황을 했다. JPG 이미지에서 흰색 줄무늬 띠가 발견되기도 했고, 저번에 타이틀 부분이 너무 높아 보여서 낮춘 것이 오히려 너무 낮게 보여 망설여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인쇄소 사장님에게 연락 드렸고, 다행히 답변을 해주시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모를 긴장감과 어색함, 괜히 자존심도 상하고 과거 직장에서 잘 몰라서 헤매고 상사에게 혼나고 했던 그때의 트라우마가 자꾸 떠오르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꼈다.


사실 별 내용의 대화는 아니었는데, 왜 이 정도로 예민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내 상황을 뭔가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없고 인쇄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현재 인쇄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매우 답답했던 것 같다.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완벽주의 성향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인쇄 작업 정말 힘들다. 배움의 길은 끝도 없고, 혼자서 끙끙대며 걸어가는 이 과정이 너무 애처롭게 느껴진다. 나만의 책을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너무 무리수였던 것일까? 이 길 끝에서 과연 내가 웃고 있을지 그것조차 의문이 드는 긴긴밤이다...


PS. 인쇄 장면

인쇄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Ep.10 도서 샘플 제작 및 후속 작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