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 굽는 타자기 Jan 17. 2023

습관 책을 다시 손에 든 이유

지난해 새 휴대폰을 산 이후 개별 어플 사용시간 알림 창이 떴다. 일주일새 카톡과 네이버 사용량만 20시간.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코로나 이후에 집콕 생활이 이어지나 보니 밤늦게까지 OTT로 드라마 몰아보기를 일삼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몇 개월 전부터 매일밤 30분 요가, 3분 명상, 드라마 바이블 한 장 듣기가 끝나면 TV를 끈다. 참으로 TV 끄는 데도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나쁜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


요가, 명상, 성경 듣기 3종 루틴을 끝낸 후에 개운함과 함께 보상 심리로 네이버 지역 맘 카페 삼매경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로 한두 개 글만 보자고 했는데 웬걸 보다 보면 한 시간은 기본이 되었다. 명분은 좋았다. 요즘 동네 엄마들 브런치 모임이 없으니 여기서라도 정보를 얻자는 것. 하지만 시시껄렁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수십 개의 댓글까지 다 읽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번 들인 습관은 정말 무섭다. 이제는 자기 전뿐만이 아니라 어떤 날은 눈을 뜨자마자 카페에 들어가기도 했다.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가서 습관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책  두세 권을 침대 옆 협탁 위에 뒀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책을 둔 덕분일까. 잠자리에 누워 휴대폰 대신 힘들지 않게 습관 책을 들었다.


평소 좋은 습관 쌓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술술 읽히고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했다. 나쁜 습관을 몰아내기 위해 습관 책을 읽게 됐는데 잠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는 나쁜 습관 대신에 책을 읽는 좋은 습관 들이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습관으로 나쁜 습관 없애기를 실천한 것이 아닌가.


아직 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책 읽다가 잠이 드는 것도, 좋아하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뭔가 큰 일을 해낸 것처럼  스스로 대견하다. 네이버 카페글을 보다가 한두 시간 훌쩍 지난 걸 알고 자기 비난과 혐오로 괴로웠던 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숱한 습관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좋은 습관은 확실히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게 확실했다.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삼일마다 습관 책을 펼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도 되겠다 싶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오늘도 해냈다는 칭찬과 함께 잠드는 이 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