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장면
출근길 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걸로 보이는 할머니와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손주가 있었다.
봄 날씨 예쁜 날에 예쁜 손주를 핸드폰에 담고 싶으셨는지 무릎 한쪽을 인도 바닥에 구부리시곤 열심히 핸드폰을 치켜드셨다. 몇 걸음 앞에 손주는 쭈볏쭈볏 부끄러워하더니 이내 양쪽 팔을 들어 볼 옆에 두고 고사리 손을 접어 김치- 포즈를 했다. 와, 그 장면이 너무 귀엽고 소중한 느낌이라 지나가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따라갔다. 이뻐라.
예상치 못하게 때 묻지 않은 장면을 맞닥뜨릴 때면 한결 평안해지는 기운을 받는다. 어디선가 소확행에만족하라는 소리가 들릴 때, 그거 말고 확실하고 크디큰 대확행을 달라고 불평하지만, 사실 나는 소확행들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작고 풋풋한 순간들이 정말정말 소중하니까. 단지 조금만 더 자주, 자주 와 줬으면 한다.
올해 5.17 봄의 중간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