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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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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아 Jan 15. 2023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집, 로망, 성공적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러 삶의 방식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야외에서, 공공 실내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안전한 집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테리어에 대한 로망, 자취에 대한 로망이 컸기에 항상 조금 더 넓은 집에 가게 되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로망이 대단히 컸었다. 이런 분위기로, 이런 가구와 이런 아이템을 놓아야지! 생각하며 핀터레스트(이미지 플랫폼)에 원하는 스타일의 집을 저장해 놓곤 했다.


예전 집, 작은 화분 식구들

드디어 기존의 집보다 좀 더 커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벼르고 벼뤘던 나의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키기 시작했다.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뽑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했다.


이사하고 나서 첫 2주가량은 거의 매일 택배를 받았다. 택배가 오면 항상 행복해지기 마련이었건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일 현관 앞에 쌓여있는 택배를 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드디어 냉장고도, 세탁기도, 테이블도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원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좁아서 키우기 쉽지 않았던 중형 식물도 데려 오고 이사한 김에 기존에 딱히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았던 이불커버를 바꾼다든가, 커튼을 새 것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아! 가장 좋았던 건 꼭 필요하진 않지만 몹시 갖고 싶었던 것을 샀을 때였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나는 피아노 치는 것도 그중 하나였는데 좁은 공간에 악기까지 들이기는 어려웠던 탓에 큰 곳으로 옮기면 꼭 디지털피아노를 사자 마음먹었던 터였다.

 미리 놓아둘 위치의 사이즈를 재고 건반 개수를 꼼꼼히 따져 마음에 드는 키보드를 고르기까지는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최종결정한 피아노가 집으로 배달됐을 때 방방 뛰었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이제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심심할 땐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어설프게 연주하기도 한다. 10개가 조금 넘을 화분에 물을 주고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 잎을 따 파스타를 요리해 먹기도 한다.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모습대로 살 수 있는 곳. 밖에는 험궂은 이리떼들이 상해를 입혀도 집에서만은 안전하고 포근한, 나만의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집 이곳저곳의 장면들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 sns에 종종 올리곤 하는데 사람들이 집이 예쁘다고, 놀러 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심 뿌듯한 것이, 빙그레레 미소가 지어지는 걸 참지 못한다.


지난해에는 여름부터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꾸몄었다. 방울토마토, 바질, 상추, 쪽파 등등 씨앗에서부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텃밭을 꾸리면서 마음의 공간도 같이 자랐다. 다만 집의 크기가 조금 더 커졌을 뿐인데 나만의 행복해지는 비법도 다양해졌고 마음의 여유도 덩달아 커졌다. 꼭 집이 넓어진다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지금이 훨씬 좋다. 내 공간에서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글을 쓰고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본다. 집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집은 안전하고, 행복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베란다, 나의 미니 텃밭

 

 오늘도 좋아하는 조명을 켜고 하루를 시작했다. 주섬주섬 노트와 필기구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오늘 사회에서 내 몫을 하고 나면 집에서 온전히 충전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하이에나와 같은 사회생활도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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