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가 햇살 아래 반짝인다. 어디선가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살랑 바람이 분다. 칠월 초 더위에 선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선풍기 바람이 그 아이의 머리칼을 흔들고, 이마는 땀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이 순간을 나는 가만히 느끼고 있다. 적어도 오 년 전 그날 이후, 이렇게 온전히 여름을 느끼는 건 처음이다. p. 83.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아이, 유찬.
스스로 태어나선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하지오.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간 오 년 전 그날 이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려와 오랜 날, 오랜 밤을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보내던 찬은 어느 날 유일하게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아이, 지오와 눈을 마주치며 평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미혼모인 엄마와 자신만이 전부였던 세계에 느닷없이 들어온 아이, 찬을 지켜주고 싶어진 지오.
두 아이의 만남이 유난히도 더운 여름, 시작되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던 두 아이가 만나 서로의 상처와 슬픔을 보듬어주며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여름을 한 입 베어물었더니》의 티저북을 읽으며 문득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라는 곡이 떠올랐다. 어느새 잊고 있던 어느 날의 여름도.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여름이 있다.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덥고 끈적하고, 그럼에도 지독하게 마음을 일렁이며 반짝이던 여름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모든 여름은 지나갈 거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우리의 삶 어딘가에 머물며 반짝이는 여름을 가슴에 품고 또 한 번의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고, 수많은 슬픔과 아픔이 몰아치는 여름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오롯이 듣기 위해 끊임없이 눈을 맞추고, 온 마음을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