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끼 Dec 26. 2020

넷플릭스로 배우는 대화의 기술

( 넷플릭스 오리지널 ) 넥스트 인 패션 (Next in Fashion)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무얼 먼저 들을 것인가?


나쁜 소식이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좋은 소식 먼저? 매도 먼저 맞으랬다고 나쁜 소식 먼저?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넥스트 인 패션'을 보면서 내가 남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생겼다.


'넥스트 인 패션'은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각국에서 모인 18명의 디자이너가 2인 1조가 되어 주제에 맞는 의상을 만들고 최하위는 떨어진다. 사람이 차츰 줄어 파이널에 가까워지면 1인 대결이 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흥미진진하기도 하거니와 매회 패션쇼 의상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심사위원으로는 알렉사 청(Alexa Chung) 과 탠 프랑스(Tan France)가 나온다. 그리고 매회 특별 심사위원을 초대해서 우승자와 탈락자를 가린다.


내용이 재밌기도 하지만 보면서 감탄한 부분이 있다. 그동안 봐온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달리 '넥스트인 패션'에서는 독설이 없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대해서 비평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독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독설로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심사위원들의 대화의 기술 덕분이다.


매회 그렇지만 특히, '넥스트인 패션' 3화를 보면 심사평의 시작은 늘 작품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한다.

"완벽한 바지였다, 셔츠였다, 그런데..."  하고 지적을 하는 식이다.


또한, 런웨이 후 최종 평가를 하기에 앞서 작품에 대해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묻고,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그러면서 런웨이에서의 처음의 평가가 바뀌기도 한다.

탈락자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탈락자 두 팀을 선정하는 것은 잔인하지만 각 팀을 두고 신랄하게 비평을 시작하기보다는 이런 점은 좋았지만 이런 점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회의를 한다.. 그리고 최종 탈락자 선정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칭찬에서 조언, 비평으로 넘어간다. 그러는 와중에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쉽고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대화의 기술이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조언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부터 하고, 지적에 대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인데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좋은 뜻에서 하는 조언이라도 부족한 지점을 지적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은 뜻이더라도, 지적을 듣는 사람은 방어를 하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저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이 대화에 도움이 된다. 듣는 상대방이 들을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보고서를 상사에게 검토받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지간한 직장인이라면 나름 최선의 노력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가져왔을 것이다. 상사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끝도 없이 보일지라도 이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런 사람에게 지적부터 시작한다면 어떠겠는가, 뒤에 아무리 조언을 하더라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넥스트 인 패션'에서 심사위원들이 보여준 대화의 기술의 효과는 놀라웠다. 시리즈를 보는 내내 서바이벌이 목적인 리얼리티 쇼에서 보이는 불편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선 칭찬 후 지적'은 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신공격성의 비판이 없어서 보기에 편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지적이었고 디자이너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언이기도 했다.

이런 태도가 시리즈 전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리즈 초반에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런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진다. 다들 함께 고생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생겨서 이기도 하겠지만 진행자와 특별 게스트들의 배려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날카롭게 작품을 심사하지만 따듯한 시선으로 작품의 좋은 점을 파악하고 격려부터 해주는 모습에서 참가자와 진행자들 간의 유대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넥스트 인 패션'을 보는 내내, 참가자들이 열정과 아름다운 런웨이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독설을 하지 않는 심사위원들을 보면서 편안했다.


그리고 이 서바이벌에는 한국인 참가자가 나온다! 그녀가 어디까지 살아남는지 응원하며 보는 재미 역시 크다.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자!)


집콕이 일상이 된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넥스트 인 패션'을 추천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리얼리티와 쇼 사이 진심이 빛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