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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Dec 18. 2020

리얼리티와 쇼 사이 진심이 빛나는 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테라스 하우스 - 도시남녀

'테라스 하우스'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2018년이었다.

사고로 몸을 다쳐 한 달 정도 누워만 있어야 했던 초여름날, 병문안을 와 준 친구가 넷플릭스라는 신문물을 알려주면서 '테라스 하우스'를 꼭 보라고 일러줬다. 본인 아이디를 공유해주기까지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울했었기 때문에 그냥 한 귀로 흘려보내 버리게 된다.


2020년 코로나 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안 보고 버티던 넷플릭스를 구독하게 되었고, 2년 전 친구의 추천이 생각났다. 그렇게 넷플릭스로 본 첫 번째 프로그램은 테라스 하우스 - 도시남녀 편이 되었다.


'테라스 하우스'는 여러모로 국내 티브이 프로그램인 '하트 시그널'과 비교된다. 처음 만난 남녀가 도심 혹은 지방 어딘가의 집에 모여산다는 기본 구도도 그러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썸이 생겨난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차이가 생긴다. '하트 시그널'은 썸을 조장하는 측면이 재미의 요소라면, '테라스 하우스'는 조장하지는 않는다. 맘에 드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청하고 서로 마음이 통해 사귀게 되곤 하지만 맘에 드는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문자로 보낸다거나 데이트권을 얻거나 하는 일은 없다. (물론 '테라스 하우스'도 각본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대본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테라스 하우스'의 기본 스탠스다 보니 출연한 남녀 모두가 커플이 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썸만 타기도 한다. 도시남녀 시즌 중반까지 한 커플만 성사되었다.  그리고 '테라스 하우스'는 썸을 구경하는 재미보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컸다. 트러블 메이커들이 종종 등장하고 사람들이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고 처음의 출연진이 대부분 교체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와 씬이 나온다.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델 겸 댄서인 유우키와 배우 지망생인 미사키가 커플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그랬다. 유우키는 테라스 하우스에 오자마자 미사키에게 첫눈에 반하고 성실한 태도로 직진한다. 둘은 그렇게 썸을 이어가는데 그런 모습이 풋풋하니 귀엽다.


출처 - https://blog.naver.com/jindayo_/222081850167

 

별생각 없이 귀여운 커플이군, 하고 시청하다가 유우키가 술을 조금 마시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미사키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면서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사키는 카메라가 있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유우키를 저지하는데, 이 부분에서 심쿵했다. 아직 사귀지 않는 사이에서 스킨십을 하는 것이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패널들이 지적해준다.) 이성이 허물어지고 진심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되었다. 리얼리티 쇼에서 날 것의 진심이 느껴지는 흔치 않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유우키는 미사키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한다. 미사키의 구 썸남의 나쁜 기억 위에 좋은 기억을 덮어 주며 당신을 많이 좋아한다고 고백하는데 이 부분 역시 풋풋하게 귀엽다. 역시나 진심이 느껴진다.  


도시남녀 편에서 개인적인 베스트는 유우키와 미사키 커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도 추천할 만한 요소가 많다. 서늘한 여름의 공기를 담고 있는 화면의 톤이 좋다. 청량한 화면 덕인지 자극적일 수 있는 부분들을 자극적이지 않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순간을 일상과 균일하게 담아내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널들이 재미있다. 패널들이 멤버들의 비난할 만한 점은 비난하고 여러 명이 균형을 잡으며 이야기하는 점이 좋았다. 아오이 유우의 남편인 야마사토 료타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읭? 저런 아저씨를 왜? 하다가 나중에는 결혼할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 필요한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 - 도시남녀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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