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드로잉 풍경 전시가 끝난 뒤에
2022년 2월 21일을 끝으로, 두 달 반 정도의 '김해 전시'가 끝났다.
전시가 진행되면서 매주 가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주말에 틈날 땐 가고자 했다. 전시했던 공간은 김해의 '봉리단길'이라고도 불리는 봉황대길에 위치한 '종이 상점'이다.
1층에는 종이와 관련된 여러 굿즈들인 연필, 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종이들을 판매하는 '아날로그 상점'인데 내가 그렸던 그림들의 굿즈인 엽서와 포스터도 1층에 함께 자리 잡았다. 2층에는 종이들을 갖고 글을 쓰거나 편하게 책을 읽다갈 수 있는 공간이었고 그 공간에 내 그림을 전시하게 된다. 매 시즌마다 다른 느낌으로 꾸며지는데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다.
전시 기간 동안 가끔씩 내 그림들이 잘 있는지 보러 가곤 했다. 초등학생 1학년으로 학교 보냈을 때의 학부모님과 같은 마음이랄까.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내 그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과 걱정 그사이 어딘가 위치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없는 어느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게 곧 전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림을 전시하기 이전에 내게 마련된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해 드로잉 주제였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냄에 있어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하게 된다. 이미 멋지게 꾸며져 있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추가하기 위해 나의 그림 소품들을 배치했다. 연필이나 펜을 담는 가죽 필통, 펜, 내가 좋아하는 레고까지 한 곳에 모아두었다. 그리고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들은 내가 선정한 곡들이었다. 내가 즐겨 듣는 스물일곱 개의 팝송 곡. 그중에서 Jeff Bernat의 'Call You Mine'을 제일 좋아한다.
여러 전시를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하나 욕심이 있었다면, 바로 '전시 방명록'이다.
전시하는 곳에 지인도 있겠지만 나를 모르는 분들도 우연한 기회로 와서 그림을 보고 갔으면 했고 더 나아가 그들이 느낀 생각이나 감정들을 글로 남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다. 나중에 남겨진 글을 보면 당시에는 함께 있진 않았지만 직접 얘기 듣는 느낌이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방명록을 비치해 두게 된다.
전시가 끝나고 나서 그림들을 찾으러 왔을 때, 그림과 나의 여러 소품들, 방명록을 받았다. 중간중간 올 때마다 노트에 쓰인 글을 보곤 했는데 남겨준 글들 모두 감동이었다. 한마디 남겨주신 글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가방 속에는 항상 그 방명록 노트가 있다. 매일 꺼내서 읽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 보고플 때면 한 번씩 스윽하고 훑어본다.
그림을 천천히, 끊이지 않게 그려왔지만 좋은 기회로 김해의 여러 모습들을 펜으로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나에겐 힐링이었고 자기만족이 컸었는데 이제는 더 큰 욕심이 생겼는지 다른 이들이 내 그림을 좋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에서 내 그림에 좋은 말씀을 해주신 분들께 큰 감사를 느끼고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주었다. 특히 한 분이 방명록에 길게 남겨주신 글에 큰 감동을 받았고, SNS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짧게 나누게 되었는데 정말 따뜻한 분이셨다. 전시를 통해서 이러한 인연이 생기게 되어 너무 좋다.
'김해 전시'라는 여행은 끝이 났지만, 현재에도 또 다른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