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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Aug 31. 2022

2년 만에 버킹엄 궁전 펜 드로잉을 완성하다

큰 그림 펜 드로잉을 통해 배운 것

 내게 런던 버킹엄 궁전의 첫 느낌은 웅장함 속에 담긴 친근함이다. 


 대학생 시절 겨울 방학 때 처음으로 영국 여행을 떠났을 때다. 근위병 교대식에 대해 사전에 조사하지 않고 그냥 봐야지 하고 갔는데 운 좋게 교대식을 하였다. 식순에 맞춰서 진행함은 물론이고 음악이 울려 퍼져 나오는데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던 멜로디는 바로 겨울왕국의 'Let it go'였다. 트럼펫과 기타 다양한 악기들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데 Let it go 라니. 왠지 모를 군악이나 클래식과 같은 음악들만 나올 줄 알았던 내가 큰 착각을 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직접 본 근위병 교대식은 근엄하고 멋진 모습은 당연하거니와 친밀감 또한 함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긴 휴가를 이용해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일주일 넘게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예술혼(?)이 활활 불타올랐다.


런던 버킹엄 궁전 (2022.08)

 미술관도 여러 곳 다니고 많이 걸으며 눈으로만 간직하기 아쉬운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거나, 그곳에서 직접 풍경을 보면서 그리다 보니 자유로운 예술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마음 편히 그림 그리고 여러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었고 잊지 못할 만큼 정말 행복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국의 풍경들을 그리고 기록을 해두는 '#영국을 담다'(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어왔고 2020년 1월에 '버킹엄 궁전 풍경'을 A3(297mm x 420mm) 크기의 종이에 그려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 기준에서는 큰 그림에 속했고 처음엔 호기롭게 그려나가다 이내 멈춰버리고 만다.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속였지만 지나와서 보니 '그릴 자신이 없었다(완성할 자신이 없었다)'가 맞는 표현이었다.


 0.05mm 굵기의 펜으로 세밀한 선들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도 막막했다. 처음에는 중간의 건축부터 그렸지만 그다음부터는 손대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찔끔찔끔 그리기를 시도한 끝에 멈춰버렸다.


 그렇다고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멈춘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작은 종이에 그림들을 차근차근 담아갔다. 작년 여름 이후부터 김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림 그렸고 그 외에 여러 유럽 풍경들도 펜 드로잉을 하거나 수채화를 했다. 그렇게 '버킹엄 궁전'은 내 머릿속에 서서히 잊혀 가고 만다.


 그려왔던 그림들을 포트폴리오 파일에 넣다가 '미완성된 버킹엄 궁전 그림'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번씩 보면서 이번해에는 꼭 완성해야지를 몇 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잊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붙잡고 그리진 못했다. 스스로 쉽지 않은 길이라 단정 지었기에.



 

 요즘 '미술'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보곤 한다.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와 갤러리와 관련된 이야기 등 현재 미술계에서 이슈들도 다루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에 대한 생각들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하다.


 나만의 그림은 무엇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던 중에 미술 관련 유튜브를 보다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 머리를 툭 하고 치듯 지나갔다. 이미 그림을 완성하고자 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잡은 상태에서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더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천천히 선들을 채워나가서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면서 여행 추억을 떠올려 다시 가고픈 마음도 들었고 그림 그리는 것 자체에 스스로 부족한 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더 열심히 그려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더 꾸준히 그려갈 수 있도록 해야지.


런던 버킹엄 궁전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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