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Sep 30. 2022

경주 여행에서 조카와 드로잉

귀여운 조카와 첨성대를 그리다

 무더운 여름 8월 말, 가족들과 함께 경주 여행을 떠났다.


 가족들끼리 쉴 수 있는 독채 풀빌라를 빌려 2박 3일간 머무르며 맛있는 음식도 먹고 물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떤 때보다 마음이 편하게 쉴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만에 봤던 조카는 늘 그랬듯 귀여웠다. 내 머릿속에 조카에 대한 추억은 아무래도 '영국'에서의 모습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3살 남짓한 나이에서 나오는 치명적인 귀여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무엇인가 말하고자 하는데 웅얼거리며 한계가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자체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공원이든 마트든 함께 바깥으로 놀러 가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거나 걸으며 이동했는데 위험할까 항상 꽁무니를 따라다녔던 내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그랬던 조카가 이제는 내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아직까지는.

 어렸을 때 조카는 자고 일어나면 내 눈앞에 함께 누워있거나 주변을 돌아다녔고 빨리 깨서 함께 놀아주길 바랐다. 지금도 다르진 않지만 초등학생 3학년인 는 몸을 흔들며 깨운다. 그래도 나는 30분만 더자고 일어나야 잘 놀 수 있다고 시간을 벌고 부족한 잠을 더 채우곤 했다.


 말을 잘못하는 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해가는 모습 하나하나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여행 첫날은 가족 모두 어디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쉬었고 다음날은 조카를 위해 아침부터 첨성대와 국립박물관 견학을 떠났다. 늦지 않게 점심까지만 밖에서 먹고 돌아왔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조카는 물놀이하기 전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최근에 그린 그림들을 포트폴리오에 넣어 가져 가서 보여주니 흥미로워하고 신기해했다. 내 그림을 좋아해 주고 멋지다고 해주는 조카가 고맙다.


 항상 그림 그릴 수 있도록 도구들을 챙겨 다니는 나로서는 그림 요청에 도라에몽 마냥 뚝딱하고 꺼낼 수 있었다. 뭘 그릴지 고민하다 첨성대를 찍어온 사진을 함께 보면서 각자 연필을 잡고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순 없었기에 연필을 빠르게 움직여나갔다.


 조카는 내 옆에서 그리는 게 신경이 쓰였는지 마냥 편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을 그었다가 지웠다가를 많이 반복하며 더 잘 그리고자 하는 조카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편하게 해도 된다고 잘 그리고 있다고 칭찬해주면서 스케치를 서로 마무리하고 수채화로 돌입한다.

 수채화 용품을 꺼내고 파렛트에 붓으로 물감을 배합해가며 각자의 색을 채워나갔다.


 나는 첨성대만을 그리기 위해 벽돌 한층 한층 칠했다. 반면 조카는 울타리부터 시작해서 하늘까지 그리고 주위의 나무들까지 담아 전체적인 풍경을 담아냈다. 나는 나무를 그렸다면 조카는 숲을 그린 것이다. 구성미가 좋아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그림 그릴 때 누군가 함께 그렸던 기억은 많지 않다. 혼자 그리는 것이 주는 편함, 자유로움이 컸기에 홀로 드로잉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조카와 함께 그려나가니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않기에 '미술' 시간이라는 것이 없지만 조카는 미술시간이 있을 테니 다음에 만나서 함께 그릴 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해내지 않을까 싶다.


 조카만의 표현법이 담긴 그림들이 변해가는 모습들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나 또한 다음에 함께 그릴 때 더욱 잘 그려낼 수 있도록 꾸준히 그려나가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2년 만에 버킹엄 궁전 펜 드로잉을 완성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