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추억 되새기기
다녀왔던 여행지를 '다시' 가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새로 알게 된 맛집을 자주 들르는 것처럼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떠난 프라하 여행에서도 체코-오스트리아-체코 순으로 다시 한번 프라하를 오는 일정을 짰었다. 어쩌면 비효율적인 여행 코스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프라하 여행에서의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한 스푼과 다시 오게 되면 또 다른 것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두 스푼으로 기획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떠나게 되는 프라하 여행이라 얼마나 달라졌을지, 그대로일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도 프라하 풍경을 그렸던 그림을 가져가서 비교해보고 싶었다. 프라하 거리를 거닐면서 사진으로 담았던 풍경들 중 트램이 사이로 지나가며 양쪽에는 유럽스러운 건축물들이 위치해 있고 자그마하게 서있던 시계 등 유럽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의 집합체. 그 풍경을 틈나는 시간마다 조금씩 그려나가며 여행지를 추억했다.
여행 준비물들 중 당연히 직접 그렸던 그림을 최우선으로 가져왔고 그 그림으로 제작한 엽서도 챙겼다. 스케치북에 담겨있던 그림을 뜯으려고 하니 마음이 살짝 아팠지만 이내 프라하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단호하게 뜯을 수밖에 없었다. 그림은 새로운 노트 사이에 잘 보관하여 가져가게 된다.
문득 지난 영국 여행에서 그렸던 그림들을 모두 가져갈 수 없어 엽서로 대신하여 가져가 풍경과 함께 사진으로 담았던 추억이 새록새록했다.
프라하성 방향으로 까를교를 지나서 쭉 들어가면 말라스트라나 광장이 있다. 여기 근처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 익숙했던 시계가 보이면서 여행 전부터 기대했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을 찍었던 그 위치 그 자리에 서서 잘 챙겨 왔던 그림을 비교해 보며 감상했다. 나만의 유명 명소였다 보니 그 어떤 곳 보다도 특별한 반가움이 다가왔다.
여행지마다 분위기가 있다. 전체적인 느낌, 무언가 고화질의 사진과 같이 딱 찍어낼 수 없지만 특정한 장소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때가 있다. 보통은 랜드마크를 가보고 와서 떠오르곤 하는데 이곳은 그만큼 뚜렷했다. 한국에 돌아와 추억하며 그렸던 그림을 갖고 여행지에 다시 마주하는 것. 어쩌면 그때 여행했던 나의 모습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싶다. 소소한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끝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허기진 배를 채우러 식당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