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내 낡은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 하나..
그렇게 나의 유튜브 채널은 시작되었다.‘
2019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아이가 6살이 되던 해에 남편이 갑자기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남편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친한 동생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말하며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남편의 말에 나는 그 말을 농담처럼 받아들였고 그런 영상을 누가 보겠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남편은 나에게 유튜브에서는 요즘 친근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영상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영상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고 유튜브는 그저 아이들에게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여주거나 동요를 들려주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반인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몰랐었다. 그리고 남편이 말해준 것처럼 그렇게 아무 콘텐츠나 만들어서 업로드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봐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사회 초년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겠다는 건지..
그리고 누가 평범한 아저씨의 잔소리를 듣기 위해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건지..
그냥 지금처럼 회사 생활 착실히 잘하고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됐지 유튜브는 갑자기 왜 한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제법 진지하게 마음먹은 듯 채널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나갔다.
신기하게 생긴 마이크를 방에 들여놓기도 하고 영상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말투는 이렇게 하고 이런 내용을 이야기할 거야.” 라며 가끔 본인의 계획을 나에게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이 잘 되면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집에서 영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며 나에게 유튜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처음엔 남편의 모든 말들이 다 쓸데없이 느껴졌고 왜 이런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튜브에 있는 이런저런 영상들을 보게 되면서 유튜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남편의 말대로 유튜브에는 내가 모르고 있던 다양한 영상들이 존재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 열심히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그냥 내 마음대로 영상 찍어서 유튜브에 업로드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러자 남편이 대답했다.
“응. 그냥 핸드폰으로 찍어서 올리면 돼.”
나에게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 이야기를 꺼낸 지 몇 주가 지났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계획만 세울 뿐 실제로는 아무런 영상도 업로드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 유튜브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있었기 때문에 빨리 영상을 올려보고 그다음엔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 빨리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궁금한 것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의 나는 남편보다 먼저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에게 나도 유튜브를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잘 생각했다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 오늘 영상 하나 만들어서 올려 볼 거야. 공방에서 인형 만드는 거 찍어서 올려보려고..”
그 당시 나는 인형 만드는 공방을 운영 중이었는데 수강생이 없는 시간에 인형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날 공방에 출근한 다음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는 먼저 책상에 인형 만들 재료를 다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내가 앉아서 인형을 만들게 될 자리의 맞은편에 핸드폰 카메라를 놓아 셀카 모드로 전환시켰다. 화면에는 내 모습이 나왔고 나는 녹화버튼을 누른 뒤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만들었던 인형은 ‘잠자는 토끼 인형’인데 미리 만들어 놓은 하얀색 무지 원단의 인형에 옷과 눈, 코. 입 등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서 완성하는 인형이었다.
나는 마치 공방에서 나에게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상냥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며 인형을 만들었다.
인형을 다 만든 후 앱 스토어에서 받아두었던 무료 영상 편집 앱을 활용해 컷 편집을 했다.
만들기 과정이 너무 길어 지루한 부분은 빨리 감기 기능을 활용해서 짧게 만든 후 음악을 넣어주었다.
평소에 가끔 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비디오에 음악을 넣고 글자를 넣는 것을 해보았었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편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영상 편집이 끝난 뒤 내 채널에 들어가 영상에 어울리는 제목을 달고 드디어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 업로드 소식을 알렸다.
‘자.. 영상을 올렸으니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영상을 보게 되면 어쩌지?
구독자가 확 늘어나서 사람들이 날 알아보게 되는 거 아니야?‘
나는 금방이라도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무척이나 설레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영상을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와 남편 외에는 그 누구도 내 영상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았다.
남편 또한 영상을 한두 번 보고 “잘 만들었네~”라는 짧은 코멘트를 해준 후 더 이상 영상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원래 유튜브가 이런 건가?
영상만 올리면 금방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영상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이렇게 아무도 내 영상에 관심이 없지?
뭐가 잘못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처음부터 잘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영상 개수가 늘어나면 조금씩 반응이 생기겠지~
하나 더 만들어서 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