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집. 아주 오래된 책이다. 1959년 영국의 출판사 햄린 출판그룹에서 초판 인쇄된 뒤로 1974년도에 체코슬라바키아에서 13쇄로 인쇄된 책이다.
나의 보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데르센의 동화책을 중년인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내용의 인문학적인 영속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다음이 종이의 기록적 유효 기간이 적어도 천 년은 간다는 것이다.
안데르센의 초상화와 사인.
19세기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사람의 삶을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는 본질을 궤뚫듯 우화나 동화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사실 모든 교육은 유치원에서 거의 다 완성된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그는 우화나 동화를 통해 삶의 본질을 우회적으로 풍자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동서고금을 불문하는 불멸의 인문학적인 영속성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1974년 체코슬라비아판 안데르센의 동화집/햄린출판사그룹.
목차를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눈의 여왕', '인어공주', '장난감병정', '나이팅게일' 등 지금과도 다르지 않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https://en.m.wikipedia.org/wiki/Rudolf_Koivu
여기서 생각해 볼 지점은 기록의 영속성이다. 종이책이 오늘날 그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종이를 대체할 만한 기록매체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기록 매체는 현대에 들어 아날로그의 레코드, 테이프, 디지털의 플로피디스크, 광디스크, usb 메모리, 클라우드 등으로 발전해 왔다. 광대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인류는 고속적으로 매체를 갈아타 온 상황이다.
20세기 후반 각광을 받던 저장매체 광디스크/https://ko.wikipedia.org/wiki/
그런데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록 저장 매체들은 끊임없이 발달해 온 가운데 먼 미래는 자기장으로 둘러싸인 지구 외기권, 더 나아가 이 우주가 확장된 클라우드로 사용될지도 모른다.
먼 미래에 새로운 클라우드가 될지도 모를 지구자기권./wikipedia.org
그렇게 확장 일로의 추세에 놓인 기록 매체일지라도 완전무결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회는 20세기 후반에 과거 전통적으로 의회의사당에서 양피지에 기록해 왔던 속기록을 광디스크에 저장하다가 기술의 발달로 usb메모리 저장 시대로 넘어가면서 광디스크 리더기가 사라짐으로써 읽어들일 방법이 없다는 문제에 봉착해 다시 양피지에 기록하는 전통으로 회귀한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800년 전통을 이어온 양피지 법문서./BBC magazine
한마디로 광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읽어들이는 일에는 마치 로제타 석판에 기록된 문자들을 해독하듯이 'IT고고학'이 필요한셈이 됐다.
그러나 양피지에 기록하는 일도매우 번거로운 것이 현실. 영국은 지난 2016년 의회민주주의의 필수 재료라는 양피지에 기록하는 800년 전통을 깨고 법문서나 의회기록을 보관이 쉽고 관리가 편리한 종이에 기록하기로 결정했다고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엔 기업, 개인 등 거의 모든 정보들이 클라우드에 저장되는게 현실. 아마도 근미래에 새로운 저장 매체의 출현으로 클라우드 또한 레코드나 광디스크, usb 메모리의 운명을 맞이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가상 저장 매체 클라우드/출처:IEEE
아마 그때면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불러들여 파악하는 일도 '클라우드 고고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접속 매개체가 사라짐으로써 클라우드는 영속적인 타임캡슐이 될수는 없다는...또는 미래의 '로제타석'이나 '광디스크'가 될 수도...
반면 종이책은 적어도 천 년의 타임캡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역사의 발굴을 통해 적어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