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싫거나
실험에 의하면 고통스러운 자극을 가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면 자극을 가하기도 전에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은 개념이나 망상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견해가 인식을 만들고, 인식은 생각을 형성하고 생각이 다시 견해를 강화시키는 순환이 반복된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의지와 의도들이 쌓여 저장되어 있다가 보이지 않게 다시 우리 의식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생각들은 흔적을 남기고 무의식이 되어 원인으로 작용하고, 그 무의식은 다시 우리 의식의 전면에 떠올라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된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무의식과 의식의 상태가 2개의 레이저 광이 만나 빛의 간섭효과가 일어나 3차원의 입체 영상이 만들어지는 홀로그램처럼,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구순의 노모를 모시고 있던 칠순의 아들이 명상코스에 참석했다, 코스에 오기 위해 코스기간 동안 간신히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해 놓고 왔다. 아들은 청결강박이 있는데 자식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손을 씻고 또 씻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병도 있다고 하면서 말문을 잇지 못한다. 그분의 아들은 언젠가부터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하고 손을 씻는 행동으로 해소하려 했을 수도 있고, 무언가로부터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아야 하는 사람의 그 힘듦을 듣는 일이 전부이다.
사실 외부의 조건은 끊임없이 바뀌므로 그 자극에 따라 반응하게 되면 평화로운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지나가버린 좋았던 경험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마음은 번뇌를 만드는 마음과 같다. 특정한 양상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것은 괴로움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몸의 항상성 즉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과는 어긋난 바람이 된다.
환경적, 정서적 요인 등 복합적 영향에 의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내재된 안정지향성은 각자 자신을 안정시키려는 일련의 행위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배신감,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분노,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 무기력, 자신이 뭔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등으로 힘들어하고 다시 아픔을 겪게 될까 봐 밀려오는 두려움과 불안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것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대부분이 인간관계 안에서 갈등하며 겪는 어려움이다. 일상의 다양한 사건 사고를 마주하며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그 순간의 마음이 어떠한 마음이었든 간에 지켜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즐거움과 기쁨, 행복 등을 느끼며 살아 움직인다는 자체가 신비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다 보면 자신이 말하는 소리를 다시 귀로 듣게 됨으로써 겪었던 일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기도 한다. 좀 더 자신과 상황을 깊이 숙고하고 효과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듣는 사람의 역할이란 화자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수용하며 현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려 노력하다 보면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는 연민의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연민으로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공감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먼저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이 먼저 편안해야 한다. 자신의 편안함이 희생되는 관계는 고통스러울 뿐이다. 과거에 경험한 삶의 양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고 함께 한다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훈련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어려움과 힘듦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고 공감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스스로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고 닫힌 생각을 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 기복이 클 경우에는 먼저 심리치료와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리치료는 목소리, 언어, 반응 그리고 곁에 있어주는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진정시키고 어루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집중하고 관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명상은 지지받고, 인지하며, 분석하도록 돕는 모든 심리치료를 아우르는 것이다. 명상은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지각하고 자각하며, 인식하고 통찰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