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해변의 잔잔한 밀물이
모래 위를 감싸듯,
생각을 멈추려는 그 마음이
스스로를 흔든다
소나무 숲, 몇 그루 사이로
새벽을 걸어 나오는 눈빛,
바다 위의
불 켜진 작은 배 하나
응시하는 그 마음이
고요를 흐린다.
밀물은 이미
쓸물이 되어
물러간다는 사실을
잊은 채,
파도는 끝없이
마을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선 산을
밀어 올리고 있다.
순간,
한 마리 갈매기가
바다를 가르며 전한다.
강물은 그저
바다로 흘러 왔을 뿐이야.
흐르면서
잊는 것이 흐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