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캐스팅은
버려짐의 순간
문을 두드린다.
소외의 문턱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는
얼굴을 드러낸다.
죽음을 예감한 감각은
살겠다 울부짖고,
생각은 멈춤을 잊어버릴지라도
우연히 한 번쯤,
우주는 번쩍인다ㅡ
뇌리를 스치는 섬광.
멀어짐 속에서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
되돌려 줄 수 있는 것은
연민뿐임을.
그의 의지도,
우리의 기도도
모두 하나의 조건이 되어
이룬 그 한 순간.
하지 않고,
멈추고,
내려놓는 일.
언제나 그러했듯,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빠라미가
몸의 빛깔을,
마음의 향기를,
고요한 숲길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에게 기댈 수 없을 때
걸어온 그 숲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그 길.
고요의 끝에서,
그들의 역할에 감사할
우리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