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조화로워야 한다. 아니 조화롭지 않더라도 괜찮다. 괜찮다고 하기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금 너의 숨이라면, 그대로 두자. 힘들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 힘들어서 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어서 멈춘다면, 그 멈춤 안에 이미 길이 있다는 체면에 걸릴지도 모른다. 체면술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순간의 쉼이다. 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너의 불안인지 길인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 불안을 밀어내면 그 불안은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언제 다시 분화할지 모르는 화산처럼. 그냥 조용히 바라보자.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 그 변화는 이미 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고 주어지는 그 자리는 원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사라진 텅 비어 있는 마음이다. 텅 비어 있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빈자리는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없다. 그저 숨이 들면 들고, 내쉬면 내쉬는 일. 그 자연스러움이 있을 뿐. 노력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이자. 그 순간, 조금 덜 힘들어지고 조금 더 쉬워진다. 그렇게 모든 것은 저절로 찾아온다. 원하지 않아도 되고 싫어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리에서 자꾸 움직이는 그 마음. 가만히 두려고 하면 또 움직인다. 조화롭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도망친다. 그래서 여전히 그리움이 가슴을 스친다면, 그건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것. 그러나 증거라고 부르지 말자. 그건 그냥 조금 남은 온도. 조화는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세로 버티는 몸의 각도. 그러니 그 몸을 칭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