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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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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NFLX

“많은 아마추어 투자자는 이익이 나는 것을 보면 느슨해집니다. 시장의 돈을 자신이 벌었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시장은 즉시 돈을 회수해갑니다.” 시장의 마법사는 말했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을 인터뷰한 저널리스트 잭 슈웨거의 <주식 시장의 마법사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주가가 올랐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익의 일부를 실현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마법사는 이렇게 준엄하게 조언했다. “이익은 지켜낼 때만 자신의 돈이 됩니다.” 

4월 14일 화요일 미국장이 폭등하다시피 했다. 다우존스는 56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S&P도 84포인트 넘게 뛰었다. 무엇보다 나스닥이 난리였다. 323.32포인트나 폭등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보유 종목들의 주가들이 퀀텀점프를 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포트폴리오의 숫자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빠르게 올라가는걸 보는건 신기한 일이었다. 특히 아마존이 엄청났다. 장이 열리자마자 80달러 가까이 올라가버렸다. 솔직히 처음엔 야후 파이낸스의 주가표기가 잘못됐나 싶었다. 인베스트닷컴도 확인하고 나서야 초상승상이란걸 알았다. 

넷플릭스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걸 발견한건 그때였다. 넷플릭스 주가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월 18일에 주당 387.78로 정점을 찍었다. 넷플릭스 주가는 순식간에 400달러선까지 돌파해버렸다. 넷플릭스 주식 3주를 주당 300달러대에 매수한게 3월 16일이었다. 마법사들은 하나 같이 구체적인 매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구전략 말이다. 살 때만큼이나 중요한게 팔 때다. 주식을 돈으로 바꾸고 이익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순간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구체적인 목표 주가를 정해놓진 못했다.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주가의 앞자리가 3자에서 4자로 바뀌면 매도한다. 그런데 순식간에 넷플릭스 주가가 400달러선을 돌파하더니 410달러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애초의 막연한 계획대로 매도할 것인가. 아니면 구체적인 욕심에 따라 더 보유하고 있을 것인가. 넷플릭스의 1분기 실적 발표는 4월 21일로 예정돼 있었다. 스터디해보니까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다소 보수적인 모양이었다. 2020년 1분기에 전세계적으로 외부 경제 활동이 줄면서 넷플릭스 소비가 글로벌하게 증가했을거라고 추정됐는데도 말이다. Zach라는 경제매체는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은 26.1% 늘어나고 수익은 주당 113.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전망치가 매우 낙관적이며 월가의 전망치는 이것보단 낮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사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동안 40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괴물주다. 2010년 12월에 뉴욕타임즈 대신 S&P500에 편입됐다. S&P500이 지난 10년 동안 189% 상승하는 동안 넷플릭스 주가는 4181%가 올랐다. 그렇다면 4월 21일 1분기 실적 발표날까지 보유하고 있을까. 아니라면 지난 10년 동안처럼 앞으로도 4000% 상승을 기대하면서 더 갖고 있을 것인가. 

결론은, 팔자였다. 당초 목표주가가 400달러대였다면 미련 없이 파는게 맞았다. “이익은 지켜낼 때만 자신의 돈이 된다”는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빠지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낮아질거란 아쉬움이 들었다. 자산평가액으로 표기되는 수익률은 무슨 주식 영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많은 아마추어 투자자는 이익이 나는 것을 보면 느슨해집니다. 시장의 돈을 자신이 벌었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마법사의 조언을 명심했다. 물론 불안도 있었다. 더 오르면 억울해서 어떻게 하지. 이때도 마법사들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내가 팔았던 종목을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걸 주저해선 안 됩니다. 그 주식이 계속 오를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말입니다. 초보 시절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일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제 경우 성공적이었던 주식은 10에 사서 100까지 보유했던 주식이 아니라, 여기서 7포인트, 저기서 5포인트, 여기서 8포인트 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큰 흐름을 따라갔던 주식입니다.” 

넷플릭스 주식 3주를 주당 405.0101달러에 매도했다. 30%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피터 린치의 표현에 따르면 3루타 정도였달까. 아니다. 피터 린치는 10배 수익을 낸 종목을 10루타라도 불렀다. 그렇다면 이건 보내기 번트 정도인 것 같다. 진루에 성공한 정도랄까. 차익실현에 성공한 정도란 얘기다. 대신 넷플릭스 주식 1.27주 정도는 포트폴리오에 남겨뒀다. 4월 21일 1분기 실적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이건 적어도 당분간은 매도할 생각이 없다. 정말 장기보유하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매도를 하면서도 이렇게 매복을 시켜놓는건 본능적인 습관인 것도 같다. 2월 14일에 스튜디오 드래곤 3주를 12% 정도 수익을 보고 매도했을 때도 1주는 남겨뒀었다. 주가 흐름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잭 슈웨거는 이 점을 강조했다. “시장을 트레이딩하는데 유일한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마법사는 예외 없이 자신의 성격에 맞는 접근법에 이끌린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은 이론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건 책이 아니라 살면서 배웠다. 

폭등한 미국장과 달리 4월 15일 수요일장에서 일본증시와 중국증시는 하락세다. 뜻밖이다. 미국장을 보면서 한국증시도 총선 때문에 문을 닫지 않았다면 동반 상승했겠구나 생각했었다. 미국장이 오른건 미국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IMF가 2020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3% 역성장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역시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었다. 여기에 존슨앤존슨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히면서 호재도 작용했다. 한국증시에서 셀트리온에 했던 배역을 뉴욕증시에선 존슨앤존슨이 맡은 셈이다. 사실 이제까지의 뉴욕증시 반등이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양적완화에 기댄 시장조작적인 측면이 컸다. 4월 14일 화요일장에서의 뉴욕증시 반등은 시장을 억눌렀던 악재들이 완화되면서 일어난 센티먼트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긍정적이었다. 솔직히 총선만 아니었다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되살아날 수도 있겠구나 기대했다. 

막상 지금 이 시각 일본증시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미중일의 코로나 상황에는 시차가 있다. 중국이 코로나 매를 먼저 맞았다면, 미국은 코로나 매를 다 맞아가는 중이고, 일본은 코로나 매를 피하다 피하다 이제야 쳐맞기 시작한 처지다. 코로나 매타작이 끝나간다고 좋아하는 미국 증시가 올라간 것과 달리 일본증시는 아메리카는 끝나가는데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린 듯하다. IMF의 비관적인 2020년 경제 전망은 애써 버티던 일본 증시의 옆구리를 찔렀다. IMF는 일본의 2020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5.2%로 제시했다. 한국이 마이너스 1.2%인 것에 비하면 피해가 크다. 

그래서 다시 라쿠텐을 노리고 있다. 주당 900선을 상회하더니 다시 800대로 내려왔다. 넷플릭스를 판 돈으로 라쿠텐을 살까. 바라는건 니케이 지수가 1800대까지 내려와주는 것이다. 라쿠텐도 700대까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과연 일본의 코로나 사태는 일본증시를 흔들어줄 것인가. 동시에 S&P500 선물지수와 다우존스 선물지수와 나스닥 선물지수가 모두 소폭이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밤엔 하루전 폭등세와는 다른 시장이 연출될까. 마켓에서 현금은 이익도 손실도 아니지만 가장 소중한 기회다.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돈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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