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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17. 2020

과학의 예술

현대차 005380

현대차 주식 2주를 주당 10만2000원에 매도했다. 4월 17일 금요일 오전장에서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돌파하는걸 보면서 번개처럼 머리를 때린 워렌 버핏의 충고가 있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내고 남들이 욕심낼 때 두려워하라.” 한국시간으로 전날 밤인 4월 16일 목요일 미국장은 혼조세였다. 14일 화요일장의 상승세를 꽤 반납했고 15일 수요일장에 이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장초반엔 하락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점진적으로 재개장하겠다고 발표한게 호재로 작용하면서 반전 마감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지만 S&P지수는 결국 하루전 15일 수요일장 종가와 별다를바 없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한국증시가 상승출발하는걸 보면서 시장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Make America Reopen Again.”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다. 한국시장 같은 신흥국 증시 입장에선 “Wecome back to Korea Market”으로 읽힌다. 코로나로 사람은 아직 국경을 못 넘는다. 자본은 무관이다. 자본이 돌아오면 사람이 돌아온다. 외국인 매수세가 되돌아오고 있다는건 삼성전자가 5만원대를 냉큼 돌파한게 명백한 증거였다.아직 한참 초보다. 그래도 한달쯤 시장을 관찰해보니깐 아주 조금은 보이는게 있다. 

또 조금 보이기 시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종목별 적정 목표주가다. 주식시장의 마법사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조언한다. “매수할 때는 언제나 목표 주가를 정해놓고 들어가야 한다. 주식 초보들은 지나치게 높은 매도 목표 주가를 잡아서 결국 기회를 날린다.” 기관투자가들의 프로들이 늘 돈을 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종목별 목표주가는 의외로 낮다. 시중금리수준보다 높은 정도다. 기관의 프로 트레이더들이 늘 한발 빨리 매도하고 늘 돈을 버는건 매일매일의 목표주가와 목표수익률이 과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터디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프로는 매일 조금씩 돈을 벌어서 매월 충분히 벌고, 아마추어는 매월 큰 돈을 벌려다 매일 조금씩 잃는건 아닐까. 문제는 경험이 없으면 종목별 적정 목표주가를 가늠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오르면 팔아야만 할까. 

목표주가를 잡아내는 기준은 2가지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나는 개인적인 목표다. 처음부터 이 금액이면 팔겠다고 정해놓고 들어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난 4월 14일 넷플릭스를 매도할 때가 그런 경우였다. 솔직히 아쉽다. 목표주가에서 냉정하게 매도한건 잘했다. 매도량이 너무 많이 팔았다. 3주를 팔았다. 2주만 팔 걸 그랬다. 넷플릭스 주가는 그 뒤에도 주당 30달러 정도 더 올랐다. 그나마 남겨놓은 약간의 보유량이 상승분을 반영해줬지만 1주 정도는 더 갖고 있어도 좋았겠다 싶다. 넷플릭스로 30%의 시세차익을 거뒀는데도 사람 욕심이란게 이렇게 끝이 없다. 다른 하나는 과거의 시세 흐름 속에서 읽혀지는 목표주가다. 기술적 분석에서 이동평균선이나 골든크로스나 데드크로스 같은 지표들이 이걸 말해준다. 네이버 금융을 보면 골든크로스 종목들을 모아놓은 항목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네이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목표주가까지 설정해주지는 못한다. 소소하지만 직접 해보니 알겠다.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주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게 투자다. 마법사들이 주식투자를 왜 과학의 예술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 같다. 주관의 객관화가 과학의 예술이다. 

현대차 주식을 매수한건 지난 3월 16일이었다. 매수가는 85500원. 매수량은 5주. 3월 23일 종가는 6만8900원이었다. 아주 바닥에서 잡지는 못했단 얘기다. 반등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현대차 보유량을 더 이상 늘리지는 않았다. LG화학처럼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은 다른 저가 종목들이 더 많았다. 현대차의 1차 목표주가는 10만원대였다. 현대차의 52주 최고가는 14만3500원. 솔직히 이 정도 주가까지 회복되려면 1분기는 족히 걸릴 수 있다. 현대차가 52주 최고가를 찍었던 때가 2019년 여름이었다. 미국 시장의 트럼프 호황으로 현대차가 쌩쌩 잘 나갈 때다. 현대차를 처음 매수할 때도 이 정도 주가까지 단숨에 회복되리라고 기대한건 아니었다. 그래서 목표주가가 10만원대였다. 공포구간의 비이성적 저평가에서 벗어났지만, 코로나로 인한 생산과 수요 타격을 이성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가격대라고 봤다. 

코스피가 아침부터 1900선을 돌파하면서 잠깐 10만2500원까지 찍었던 현대차 주가는 다시 10만원대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현대차는 코로나 쇼크로 3월 미국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2%나 감소했다. 중국 3월 판매가 2월에 비해 405%나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2019년 3월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중국의 2020년 1분기 GDP 성장률은 오늘 마이너스 6%로 발표됐다. 2019년 4분기엔 플러스 6%였다. 사실상 12%포인트가 감소한 셈이다. 중국이 이 정도였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판매보다 우려되는건 생산이다. 해외 공장들은 대부분 셧다운됐다. 일부 조업을 재개했어도 아직 가동률이 낮다. 솔직히 현재의 생산 차질과 지금의 수요 감소는 덜 중요하다.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현재의 가격이다. 그래서 자문해봤다. 자동차라는 소비재는 수요 탄력성이 큰 제품인가. 어제 발표된 미국의 4월 주주차 실업수당청구건수는 525만건. 코로나 사태로 지난 4주 동안 2200만명이 실직했단 의미다. 이들이 실업수당과 코로나보조금을 받아서 맨 먼저 살 건 무엇일까. 경기가 회복되고 복직이 됐을 때 맨 먼저 살 건 무엇일까. 2019년 기준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 비중은 16%. 미국에선 코로나 사태로 맨 먼저 자동차 수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자칫 구제금융을 신청해야할 판이다. <포드 앤 페라리>의 그 포드 말이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9년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16%. 개인적으론 중국 자동차 시장이 회복됐을 때 가장 큰 수혜주는 테슬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포스트 코로나에서 전기차 전환을 서두를 공산이 크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연일 폭등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아침부터 더 오를 기세였던 현대차 주가가 10만원대 초반에서 공회전하고 있는건 이걸 반영하고 있는건 아닐까. 시장은 늘 옳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5주 가운데 3주는 남겼다. 이건 순전히 넷플릭스 교훈 탓이다. 상승세일 때 일부를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하되, 추가 상승을 예견한다면 보유량의 절반 이하만 매도하라. 넷플릭스는 보유량의 3분의 2를 매도했었다. 책에서 읽은게 아니다. 시장에서 배운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은 언제나 시장이다. 현대차는 5분의 2만 매도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돌아오고 코스피 지수가 더 힘을 받는다면 수급 때문에라도 11만원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자연스럽게 현대차의 2차 목표주가는 11만원으로 정해지게 된 셈이다. 11만원이라는 가격은 설명이 충분히 되면서도 설명이 제대로 안 된다. 역시 투자는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주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인간 행동이다. 이래서 주식 투자는 과학의 예술이다. 그걸 쉬운 말로, 경험이라고 부른다. 그걸 멋진 말로는, 경륜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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