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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Apr 25. 2020

광고 시대의 종언

아마존과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주가를 통해 시장이 속삭이는 것들

언택트 수혜주. 아마존과 넷플릭스를 두고 하는 평가다. 코로나 장세에서 나스닥이 내릴 때도 오르고 오를 때도 오르는건 정말 두 기업의 주가 뿐이었다. 물론 넷플릭스는 지난 4월 22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어닝콜에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예외적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2분기 이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대박난 가게 주인이 왜 그렇게 앓는 소리부터 하는지 갸우뚱해졌다. 실적을 살펴보니 잉여현금흐름이 2억6000만 달러로 흑전했다. 호재처럼 보인다. 요즘은 다들 현금부터 확보하려고 난리다. 사실 악재다. 코로나 때문에 촬영을 못해서 제작비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규 콘텐츠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도 신규 가입자는 폭증했다. 전분기 대비 1577만명이 늘었다. 코로나 이전엔 700만명 정도 늘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갸우뚱해졌다. 넷플릭스를 처음 가입하면 30일 동안은 무료다. 당장 구글만 검색해봐도 “넷플릭스 최초 무료 가입 이후 탈퇴하는 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30일 이후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비율은 넷플릭스 내부 정보다. 어쨌든 전체 신규 가입자의 일부는 탈퇴할 것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다. 이것이 시장에서 지금 넷플릭스 주가가 잠시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도 넷플릭스 주가는 장기적으론 더 오를 것이다. 아마존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 아마존 주가가 쉴새 없이 오르고 있는 것도 이른바 언택트, 그러니까 비대면 소비 트렌드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코로나로 인한 사건적 변화일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에선 언택트 소비는 이전보단 일반화될 것이다. 오프라인 소비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니만 마커스와 JC페니가 파산 신고를 했어도 그건 코로나가 유발한게 아니다. 코로나가 촉진한 것이다. 월마트와 타겟처럼 아마존겟돈에서 이겨내는 올드 플레이어들은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버글스가 “Video kills the Radio Star”라고 노래한게 1980년이지만 2020년에도 <라디오 스타>가 최고 예능인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자마자 인쇄 매체가 없어지는게 아니듯 말이다. 인쇄 매체는 죽지 않는다. 다만 서서히 고통스럽게 사라져갈 뿐이다. 그렇게 세상은 영화처럼 신구선악이 극단적으로 갈리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의 절단면은 칼로 자르듯 반듯하기보단 손으로 찢어지듯 비뚤빼뚤하기 마련이다. 오느락내리락 지그재그인 오늘의 주가 그래프는 과거와 미래 사이를 가르는 현재라는 거친 절단면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주가, 그러니까 미래 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세일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광고 기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접촉 프리가 아니다. 광고 프리가 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 넷플리스는 날 때부터 구독 경제 기업이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과 AWS로 점점 더 구독 경제 기업화돼가고 있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한테 월정액을 받고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것이 보이는 형식이라면 보이지 않는 본질은 따로 있다. 제품이나 콘텐츠나 서비스나 플랫폼 이용료를 광고주가 대신 지불하는게 아니라 소비자나 이용자가 직접 지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플랫폼 이용료는 플랫폼 이용자가 아니라 광고주가 대신 내주게 설계된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내내 바닥권이었다. 페이스북의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낮다는 뜻이다. 세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을 무수한 광고판의 집합체로 만들었다. 이제 페이스북은 단순한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다. 페이스북의 본질은 너와 내가 서로의 광고판이 돼 주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이 아니다. 애드버북이다. 2010년대의 호황기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완벽해보였다. 확실히 페이스북의 소셜 광고는 레거시 미디어의 전통적 광고보다 훨씬 매출과 직결됐다. 그래서 코로나로 경기가 악화되고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서 페이스북이 직격탄을 맞았다. FAANG 중에서도 가장 안 좋았다. 코로나로 생산 시설이 마비된 애플보다도 심각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코로나로 이용량은 늘었으나 광고매출은 줄어드는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가 상황은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 버린 탓이다. 플랫폼 이용료를 사용자가 내는게 아니라 광고주가 대신 내주는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에선 기업들한텐 그만한 여유가 없다. 포스트 코로나에선 기업들은 소셜 광고보단 커머스 마케팅에 더 집중할 공산이 크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마존 판매리스트에서 상단에 노출 되는 것이 페이스북에다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단 뜻이다. 페이스북 매출의 94%가 광고에서 나온다. 해도 너무한 경기민감주다. 5500억 달러라는 시총 덩치에 안 맞게 너무 예민하신 기업이란 말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셰릴 샌드버그의 책 제목처럼 플랜B를 내놓았다. 지난 4월 24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한 다자간 화상 미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에 줌이 선점했던 시장을 빼앗겠단 의도다. 페이스북이 내놓은 화상 미팅 서비스의 이름도 하필 룸이다. 줌 대 룸이다. 덕분에 가뜩이나 보안 논란으로 주춤했던 줌의 주가는 6%넘게 하락해버렸다. 코로나 사태에선 오히려 줌의 주가 상승률이 페이스북 주가 상승률을 압도했었다. 지난 4월 24일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 종가 185달러에서 190달러로 10달러 가까이 오른 반면에 줌 주가는 169달러에서 158달러로 10달러 넘게 떨어졌다. 페이스북이 룸으로 줌의 주가를 빼앗아온 꼴이다.

아마존은 이런 걱정이 없다. 코로나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대 이상으로 훨씬 더 견고하다는걸 시장에 강하게 인식시켰다. 아마존의 영업이익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비즈니스는 AWS다. 매출 비중은 10%지만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코로나 상황에선 오히려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의 가입자와 이용량이 증가했다는건 동시에 AWS 같은 서버 수요도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건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이어질 공산이 높다. 코로나가 잠재 수요를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코로나는 재택 근무를 보편화 시켰다. 당연히 기업들은 AWS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AWS는 구독 경제다. 기업은 월 15000달러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개인 개발자는 월 29달러부터다. 기업 입장에선 서버를 직접 증설하는 것보다 AWS를 구독하는게 훨씬 이득이다.

아마존 프라임도 마찬가지다. 월 119달러 구독료를 내면 당일 무료 배송부터 무료 영화와 음악까지 즐길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마존 프라임의 전체 가입자는 1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1억5000만명이 매월 119달러를 아마존에 꼬박꼬박 납세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사실상 아마존이 없으면 생필품을 구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쓰고 갈 곳은 가고 놀 것은 노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매우 강제적이다. 그런데도 코로나가 그렇게나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선 아마존이 생명이 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강처럼 아마존한테 엄청난 현금 흐름을 창출해주는 플로우다. 페이스북과 달리 아마존이 경기변동에 막강한 이유다.

아마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오픈 마켓도 뜯어보면 구독 경제 구조다. 언뜻보면 오픈 마켓이다. 뜯어보면 풀필먼트 시스템이다. 아마존이 물류를 책임지는 구조란 말이다. 애초엔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이베이 같은 여느 오픈 마켓은 침범하기 어려운 아마존만의 해자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구독 모델이 있다. 당연히 판매자는 아마존에 상품에 대한 보관과 운송비를 정기적으로 지불한다. 게다가 아마존 셀러들은 드롭 쉬핑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다. 판매자 대신 아마존 같은 유통사가 상품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드롭 쉬핑은 재고 관리의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중요한건 아마존은 플랫폼 이용자한테 직접 비용을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독 경제의 본질은 돈을 내는 주체가 누구냐다. 광고주가 대신 내주는 것이 페이스북의 사업 모델이라면, 대신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내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의 힘이다.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한텐 아비지옥이 될 공산이 크다. 악풍이 서서히 피를 말려버리는 지옥이다. 코로나는 수요의 일시적 감소다. 포스트 코로나는 수요의 중장기적 침체다. 일단 기업들은 수요를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광고 예산부터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마케팅 비용을 안 쓸거란 얘기는 아니다. 대신 수요를 직접적으로 유인하는 쪽으로 한정된 예산을 초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매출이 생명이고 순익이 인격인 기업의 생리다. 포스트 코로나에선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광고주한테 의존하지 않고 플랫폼의 힘으로 독자생존하 수 있는 기업만이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의 시대는 끝났다. 구독의 시대다. 내가 누리는 서비스의 비용을 누군가 대신 내주던 시대는 끝났다. 포스트 코로나는 아마존 프라임처럼 내가 누리는 서비의 비용을 직접 내고 더 많이 받아가는 시대다. 시장은 이미 그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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