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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May 02. 2020

머스크가 쏘아올린 트윗 하나

테슬라 TSLA

“Tesla stock price is too high imo.” 일런 머스크의 트윗이 테슬라 주가를 1시간만에 100달러 가까이 떨어뜨렸다. 4월 30일 종가 772.77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683.04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투매의 아수라장이었다. 야후 파이낸스에선 일런 머스크가 쏘아올린 트윗의 진의를 파악해보려는 애널리스트들의 난상토론이 한창이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머스크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일 뿐이었다. 

불과 이틀 전인 4월 29일 수요일에 발표된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은 참 양호했다. 매출은 59억900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 월가 컨센서스는 59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1.24달러. 월가 컨센서스는 주당 36센트 손실. 테슬라는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이어진 코로나 창궐로 생산차질을 빚은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이다. 그런데도 3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덕분에 4월 29일 수요일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렘데시비르 호재로 시장 전체가 달아오르면서 거의 900달러 문턱까지 올라갔었다. 그런데 4월 30일 목요일엔 시장이 3000만명이라는 누적 실업자수에 놀라자빠져버렸다. 테슬라 주가도 700달러선까지 내려앉아버렸다. 5월 1일 금요일장에선 최고경영자가 쏘아올린 트윗 한발로 600달러선까지 미끄러져버렸다. 

코로나 상황에선 테슬라 주가가 800달러선을 깨는 건 어려울거라고 봤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와 캘리포리아 프리몬트 공장이 모두 생산차질을 빚는 상황이었다. 700달러 후반대 정도까지가 상승 한계가 아닐까 싶었다. 틀렸다. 지난 4월 23일에 725달러에 2주를 매도하고 난 뒤에도 150달러나 더 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쉬웠다.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할매도를 하지 않아서였다. 살 때도 팔 때도 시차를 두고 시장을 보면서 분할매수를 하고 분할매도를 하는게 트레이딩의 정석이다. 

고백하자면 4월 23일 시점엔 분할매도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다. 어렵게 저가매수에 성공한 주식을 아쉽게 일괄매도하는 실수를 하면서 실전에서 배웠다. 트레이딩에서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는 교양선택과목이 아니다. 전공필수과목이다. 테슬라로 수익을 좀 남겼어도 수익도 실력도 참 부족한 거래였다는걸 깨달아서 그게 진짜 아쉬웠다. 다음번엔 꼭 분할매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수중에 테슬라 주식이 1.5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소수점 거래로 매수했던 0.5주는 직접 거래를 할 수가 없다. 장이 열리기 전에 신한금융투자의 트레이더한테 에스크 싸인을 주고 나면 그게 끝이다. 결국 1주만 남는다. 1주로는 당연히 분할매도가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 주가가 이미 저 세상으로 높이 높이 올라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매도했던 725달러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주가라고 판단했던 790달러대는 물론이고, 장세 덕분에 추가 상승한 800달러대는 물론이고, 이젠 900달러대까지도 오버슈팅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워낙 변동성이 큰 테슬라 주식이라 다시 떨어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거야 알았다. 다만 그렇게 금방 내려오기는 어려울 터였다. 무엇보다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됐기 때문이다. 5월 21일 양회에선 코로나 종식이 공식 선언될게 분명하다. 시진핑의 포스트 코로나 정책이 구체화되는 자리다. 당연히 전기차 인프라가 핵심 아젠다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이 참에 미래기술경쟁에서 미국을 추월하려고 들게 틀림없다. 포스트 코로나가 G2의 승부처라는걸 중국도 알고 미국도 안다. 누가 미래를 선점해서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테슬라는 중국이 전기차 부품 산업을 키우고 전기차 인프라는 확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업이다. 재주는 테슬라가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구조를 만들려면 말이다. 

게다가 5월 1일에 테슬라가 모델3의 가격을 30만 위안 아래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보조금 대상을 30만 위안 이하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모델3의 가격이 떨어지면 1대당 마진은 줄어드니깐 악재 같다. 호재라고 봤다. 모델3는 어차피 양산형 전기차다. 모델S 같은 고부가가치 스포츠카가 아니다. 가격을 낮출수록 많이 팔리고 많이 팔릴수록 상하이 기가팩토리 같은 거대 공장의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중국 역시 코로나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다. 그 와중에도 모델3는 부동의 판매 1등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게 테슬라의 해자다. 이걸 보고 테슬라 주가가 조만간 900달러까지도 가겠다고 판단했다. 분할매도를 안 한걸 다시 한번 아쉬워했고 말이다. 

5월 1일 금요일 미국장은 시작부터 하락세였다. 그럴 줄 알았다 생각하면서 시장을 살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나고 있는 종목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3월의 폭락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이번엔 켈로그와 월마트 같은 종목들이었다. 역시 월마트였다. 불황일수록 약세장일수록 강해진다.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판다는 원칙에 따라 켈로그 주식을 한두주 정도 매도하기로 결심했다. 65.65달러에 1주. 65.7달러에 1주. 맞다. 철저하게 분할매도했다. 켈로그 주식의 매수가는 주당 56달러. 팔면서도 시장이 와장창 무너지고 있는데 켈로그 주식만 오르는건 결국 코로나 사태가 먹거리 사태로 이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는건가 짐작했다. 그럼 다음번 위기는 유가에 이어 식량인가. 그때였다. 테슬라 주가가 스키활강 수준으로 미끄러지고 있다는걸 발견했다. 야후 파이낸스의 주가현황판이 잘못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머스크의 트윗 소식 때문이었다는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약세장세에 트윗 악재까지 곱해져서 하락에 가속도까지 붙어버린 꼴이었다. 안 그래도 내릴 때 살 기업이 없다 살펴보던 참이었다. 길리어드를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렘데시비르는 아직 덜 믿는다. 렘데시비르를 공부하느라 길리어드가 바이러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바이오회사라는건 알게 됐다. 떨어지긴 했어도 길리어드 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테슬라의 하락 가속도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다시 테슬라를 살 때였다. 주가는 이미 710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추풍낙옆. 4월 23일에 매도했던 725달러를 이미 하회하고 있었다. 다시 살만한 명분이 생겼단 뜻이다. 

그래도 더 기다렸다. 700달러선까지 깨질까. 역시나 700달러 저지선에서 한동안 공방이 있었다. 그러더니 700달러선까지 허물어졌다. 짧은 주식 거래 경험이지만 이렇게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면 더 떨어지는 건 일도 아니란건 이제 안다. 과연 얼마나 더 떨어질까. “테슬라는 월가의 카지노다.” 올해 초 테슬라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을 때 나왔던 월스트리트 저널의 논평이 생각났다. 이 순간이야말로 정말 라스베가스가 따로 없었다. 오직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만을 놓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동전던지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 평가 따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이미 그런걸 고려하기엔 주식의 변동성이 너무 커진 상태였다. 테슬라의 가속도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테슬라 주가는 690달러 아래로 내려갈 기세였다. 

680달러대면 그때 매수 주문을 넣어보겠다고 작정했다. 이래서 아마추어였다. 생각하고 행동해선 안 됐다. 생각하며 행동해야만 했다. 테슬라 주가는 683달러를 살짝 터치하더니 갑자기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다시 700달러선을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코로나로 자택 근무를 하던 월가 트레이더들이 결국 사무실로 나와서 일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회사 컴퓨터의 거래 속도를 자택 컴퓨터가 못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테슬라 매매가 극초단타 스켈핑을 논할 정도의 거래는 아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은 됐다. 생각하고 행동하는건 말할 것도 없고 생각하면서 행동했다고 해도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테슬라 주가는 다시 710달러선까지 회복됐다. 

이제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가속도가 붙은 테슬라 주가를 시시각각 따라가기보단 일정 코너에서 덫을 놓고 기다리는 방법이었다. 725달러 아래라면 어떤 가격으로 매수해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매수가는 699달러로 정했다. 무조건 700달러 아래로 매수해보겠다는 고집이었다. 매수량은 1주. 4월 23일의 매도에서 남긴 차익을 지키면서도 다시 한번 게임에 들어가기에 적절한 규모였다. 다음번엔 반드시 분할매도로 나름대로 수익을 극대화해볼 작정이었다. 

그리곤 샤워를 하러 갔다. 다시 가격을 확인했을 때도 여전히 720달러 이상 선에서 놀고 있다면 포기할 작정이었다. 매도가를 억지로 올려서 따라잡지 않고 그냥 접는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다. 샤워를 끝내고 다시 모니터를 확인하자 주가는 여전히 710달러선이었다. 그렇다면 미련 없이 접기로 했다. 투자는 쿨해야 한다. 그런데 웬걸 MTS를 확인했더니 거래가 체결돼 있었다. 699달러 1주. 샤워를 하는 5분 사이에 테슬라 주가가 699달러를 찍고 다시 반등했던 것이다. 주가 그래프를 살펴봤더니 정말 그랬다. 뉴욕 시간으론 오후 12시38분. 이게 테슬라의 가속도인가. 이후에 다시 테슬라 주가가 600달러대로 내려꽂혀도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투자는 쿨해야 한다. 시장엔 받아들야야 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걸 몸과 영혼에 각인시키지 못하면 투자를 해선 안 된다. 아직 머리로만 아는 수준이다. 

그나저나, 머스크가 왜 그런 트윗을 쏘아올렸을까. 일단 트레이딩을 끝내고나자 몇 가지 추리를 해볼 여유가 생겼다. 사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이 너무 비싸다"고 언급한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7년에도 두 차례나 "Stock price is higher than we have the right the deserve"라고 트윗을 했었다. 다만 이번만큼 주가에 단기적으로 극적인 조정을 일으킨적은 없었다. 우선 머스크는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다. 대신 성과 기반 주식 옵션을 갖고 있다. 잡스도 그랬다. 머스크는 12단계로 나뉘어진 기준에 따라 테슬라 주식을 보상으로 받는다. 일단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달성하면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주당 350달러에 170만주의 테슬라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을 얻는다. 4월의 유례 없는 나스닥 상승세로 테슬라 시총 역시 1000억 달러를 훌쩍 넘겼다. 주가가 하루 종일 그렇게 널을 뛰었는데도 5월 1일 기준으로도 테슬라의 시총은 1291억 달러에 달한다. 머스크는 이미 옵션 보상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확보했단 뜻이다. 여기서 테슬라 주가가 좀 더 떨어져도 무관이다. 저런 트윗을 올려도 회사로부터 받을 보상에는 이상이 없다. 보너스 측면에선 머스크는 손해가 없다. 그렇지만 머스크 역시 테슬라 지분 19%를 가진 대주주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신이 소유한 지분 가치도 떨어진다. 

다른 추리는 머스크가 정말 테슬라의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높다고 생각한 경우다. 다혈질 CEO 일런 머스크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비록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곤 해도 테슬라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가 아주 아주 아주 많이 큰 기업이다. PER 계산이 서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테슬라의 가치는 시장이 정한다. 아무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라고는 해도 일런 머스크가 테슬라의 가격을 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5월 1일의 난리통 끝에 테슬라 종가는 701달러로 마무리됐다. CEO가 너무 높다고 말하면서 투매까지 갔지만 시장은 어쨌든 자체적인 가격을 찾아냈다. 그것이 시장의 기능이다. 머스크는 트윗 끝에 “imo”라고 썼다. “인 파이 오피니언.” 머스크가 생각하는 테슬라의 가격은 글자 그대로 “머스크의 의견에 따른 것”일 뿐이다. 주가는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견이다.

그보단 머스크의 트윗은 4월 29일 어닝콜에서 머스크의 언행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머스크는 경제활동재개를 누구보다 강하게 부르짖었다. 머스크는 하루 종일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일한다. <아이언맨3>에서 수십종의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하느라 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는 토니 스타크를 연상하면 딱 맞는다. 실제로도 지난 3분기 동안의 연속 흑자는 머스크의 지독한 현장지휘 덕분이었다. 머스크는 지난 1년 동안의 테슬라 주가 상승은 자신이 그렇게 절박하게 피땀흘려서 일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머스크가 보기에 경제활동재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절박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배부른 족속들일 뿐이다. 머스크는 그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면서 맹비난했다. 머스크는 그렇게 방구석에서 탁상공론만 하면서도 한편으론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번 일부 사람들이 미웠던건 아닐까. 자신은 생산재개조차 제대로 못하는데 주가는 높아진 상황이 아니꼬았던건 아닐까. 다분히 보복적 트윗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다. 

다른 추리도 가능하다. 4월 주식 시장은 분명 연준이 제로금리로 인위적으로 조성해준 거품 장세였다. 거품까지도 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맥수맛의 일부는 거품맛이듯이 말이다. 머스크는 거품을 걷어낸 테슬라의 진짜 시장 가격을 가늠해보고 싶었던건 아닐까.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크가 아니었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 직후 투매가 이어지면서 680달러까지 잠시 밀렸지만 금새 7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시장은 정신 나간 CEO의 imo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기업 가치에 대한 내재적 기준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적어도 테슬라가 작전 세력이 갖고 노는 1000원짜리 종이조각 기업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솔직히 전부 추리일 뿐이다. 머스크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뉴욕에 있는 애널리스트들도 짐작하지 못한다. 어쩌면 머스크 본인조차 모를지도 모른다. 인간의 행동과 목적은 인간이 인간한테 기대하는 만큼 정밀한 인과관계를 이루지는 못한다. 인간은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이성적인 존재다. 그래서 머스크의 비이성적이면서 이성적인 트윗 하나에, 비이성적으로 테슬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테슬라를 투매했고, 결국 시장이 스스로의 이성을 되찾고 끝났다는 것이다. 이것이 5월 1일 테슬라 사건의 전말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뉴욕증시의 이틀 연속 하락과 테슬라의 가속도 폭락 속에서, 테슬라 주식을 699달러에 1주 매수했다. 4월 23일 725달러에 2주를 매도한지 일주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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