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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Feb 01. 2022

걱정이라는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손바닥만 한 노트와 펜 한 자루로 쓰기 - 어떡해 대신 어떻게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나의 업무는 가장 긴장되고 바쁘다.

올해는 한시적인 업무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월을 보냈다.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해야 연휴 동안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것 같아 마무리 작업한 출력 파일을 집에 가져와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을 하는데 치명적인 실수가 눈에 띄고 말았다.


꼬았던 다리를 풀고 얌전히 앉아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아! 미치겠네! 왜 이걸 내가 놓친 거지?’



일어나지 않은 사건 1, 사건 2, 사건 3... 끝도 없는 새드 앤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쿵쾅대는 심장소리에 피로와 잠이 달아나버렸다.



태산처럼 덩치 큰 ‘걱정’이라는 골리앗이 나를 더없이 주눅 들게 하고 암울하게 했다.

괜찮을 거라고, 방법이 있을 거라고,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친한 동료들의 위로에 끄덕이며 출력물을 덮고 불을 껐지만 암흑 속에서 ‘걱정’이라는 골리앗은 더 선명하게 나를 위협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거인 같은 ‘걱정’은 비웃듯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이라는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다시 불을 켜고 테이블에 웅크리고 앉아 노트를 꺼냈다.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하고, 해결 방안 1, 방안 2, 방안 3을 침착히 써 내려갔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최선의 방법부터 차선책까지 메모를 하면서 흔들리던 마음이 중심을 잡아갔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로 새드 앤딩을 상상하는 것도, 최선의 방법과 차선책을 통한 해피 앤딩을 그리는 것도 모두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인데 마음에 전해지는 결과는 무척 달랐다.


평정을 되찾자 ‘더 늦지 않게 발견한 게 어디야! 한번 더 확인해서 치명적인 실수를 수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겼다.



거인 골리앗을 소년 다윗이 ‘작은 돌멩이’로 물리쳤던 것처럼 내가 걱정이라는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은 손바닥만 한 노트와 펜 한 자루로 ‘쓰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을 듣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다윗의 작은 돌멩이이듯...



‘작은 돌멩이’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한 걱정은 그 덩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어차피 허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손바닥만 한 노트와 펜 한 자루로 ‘쓰는 것’




연휴를 하루 남겨두고 나는 다시 메모를 꺼내 읽는다.

처음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걱정이라는 골리앗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니까...

출근하자마자 최선책부터 차근차근 해결해가야 하니까...


‘어떡해’ 하고 걱정이라는 골리앗에게 무릎 꿇지 말고 ‘어떻게’ 해결할지 써야 이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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