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M 4series - GQ 인터뷰
Q.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의 근간이 되는 건 무엇이었나요? 영화든 회화이든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디자인의 방향은 아래도 계속 설명하게 될 것 같아 근간을 여기서 말씀드리면 좋겠습니다. 저의
디자인 철학의 근간은 만년필과 한글(글자체계)입니다.
만년필은 우리의 일상 사물이 어떻게 예술과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가에 대한 매우 좋은 예시이자 움직임의 디자인철학의 시작입니다. 만년필들은 그 조형의 아름다움은 별도로 매우 특별하게도 필기를 하는 순간의 감동을 선사하죠. 움직임은 이런 디자인이 삶의 모든 순간에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마치 책을 정리하거나 명함을 뽑거나 꽃은 꼽는 순간 마져도요.
움직임은 삶의 매순간의 움직임에 마음의 움직임 즉 감동이 있기를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로써 사물을 통해 이뤄보고 싶다는 것이었죠. 이전에는 아니었지만 세계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하며 이제는 색상과 조형 등 보이는 영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였지만 저희가 움직임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사물을 사용하는 순간의 감동을 추구했습니다. 물론 그 시기의 디자인이 지금의 저희의 디자인 조형적 개성의 시작이었습니다. 저희의 대표작이기도 한 BookStack은 저희가 디자인한 첫 번째 사물이기도 하죠.
그리고 저희가 이탈리아라는 디자인의 본고장에서 첫 전시부터 각종 언론에서 소개된 이유도 저희의 이러한 디자인적 개성이 그들에게도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디자인적 기능을 소개하는 것이 마치 마법사가 쇼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기사들이 전시기간중에도 나가고는 했습니다.
얘기가 길어지는데 훈민정음이라는 것이 저의 디자인에 준 영향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글은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행위 그 자체에 많은 영감을 줍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한글은 발명되어 졌습니다. 세계 유일의 발명된 글자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백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언어를 공부하고 연구했고 분석했습니다. (그것이 집현전 학자이든 세종대왕이든 저한테는 그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 가 더 중요하죠.) 그리고 그 수많은 공을 들여 만든 글이기에 많은 곳에서 그 흔적이 발견됩니다. 과연 영문타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키보드가 한글 체계에도 이렇게나 편할 수 있는 것이 우연일까요.
정말로 좋은 발명 그리고 디자인은 끝없는 연구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이게 아마 저의 엔지니어적인 개성일 수 도 있죠. 하지만 이 기나긴 연구가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간절하고 많은 이들을 위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라고 시작하는 한국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이들을 위해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 라고 적혀있습니다.
저는 이 담담히 쓰인 어이없는 인과를 가진 문장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수없는 연구 끝에 만들어진 새로운 글자가 이렇게 창의적이며 편할 수 있는 데에는 그 것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있기에 더 깊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노력이 있었기에 어떤 특이점을 넘어 완전히 새롭지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들 수 있었죠. 저는 호기심과 자아실현만으로는 불가능한 그 어떤 경지를 보여준 디자인이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희가 움직임이라는 디자인풍을 만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가 항상 좋은 미술 작품과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음악적 감동을 매일 매순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감동의 순간은 분명 우리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상의 사물을 사용하는 매순간이 감동이기를 소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