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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Oct 19. 2019

‘초보운전’ 딱지가 친근해 보일 때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차가 밀린다.

신호를 두 번째 받고서야 바깥 차선으로 앞 차들을 따라 가보니 경차 뒷 유리에 ‘초보운전’ 딱지가 붙여있는 차량이 어정쩡한 속도로 운행을 한다.

운전대를 꼭 잡은 손과 몸을 앞으로 기울인 모습, 열심히 운전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 운전인 듯하다.


평소 같았으면 “운전연습 좀 제대로 하고 끌고 나오지”하고 타박을 해댈 내가 오늘은 너그러이 웃고 만다. 참 간사스러운 것이 사람이구나 싶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내가 애지중지하던 차를 아들 녀석이 가지고 갔다.

내가 퇴직을 한 마당에 차 두 대를 부리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 아들이 차가 필요하다기에 널름 준다고 답해버린 것이다.

평소 직장동료에게 연수를 받아 몇 번의 운전경험이 있다 했지만, 아내는 아들의 운전이 믿기지 않아 두 시간여 운전을 시켜보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들은 차가 정체될 것이 걱정된다며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차량에 ‘초보운전’이라 미처 써 붙이지를 못하였는데 아내는 급기야 편지봉투를 가위로 잘라 펴고 매직펜과 함께 아들에게 내민다.

“초보”라는 두 글자를 고딕으로 써서 뒷 유리에 붙이고야 아내는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내가 운전하면 평소 한 시간 반 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아들은 처음 고속도로를 타면서 출구를 잘못 찾아 한번 내려갔다오고 하여 세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였다.

그제야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우리 부부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다. 그 죄로 군 복무하는 약 4년간의 시간을 군복 입은 청년들만 보면 눈길을 준 적이 있다. 측은해 보이고 내 아들 같아 애처로운 시선으로 ….


이제 ‘초보운전’ 딱지가 붙은 차량을 보면 또 아들 생각에 자꾸 눈길이 간다.

나도 초보시절이 있었건만 왜 이제야 눈길이 가는지 …

제발 이 마음 변치 말고 초보운전자를 배려하기로 내심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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