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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Feb 04. 2020

지난 것들의 아름다움

21. 슬레이트는 맞아 죽어야 할 놈인가?

“침묵의 살인자" "죽음의 이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석면이 섞인 대표적 제품으로 슬레이트라는 것이 있다(그 외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건축자재 등 3천여 종이 있다 함)

이 슬레이트는 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지붕개량 자재로 사용되며 훌륭한(?) 건축자재로 널리 보급되었다.

관 주도로 진행된 이 사업은 초가지붕을 걷어내며 빠른 속도로 농촌의 주거환경을 바꾸어 놓았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만들고

푸른 동산 만들고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새마을 노래 2절이다)


전통 초가집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서까래 위에 올리고 용구새를 만들어 가운데 올리면 당해 연도는 황갈색의 지붕이 그런대로 보아줄만했다.

시간이 흐르며 눈비를 맞으면 이엉은 갈색에서 회색으로 변하고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은 옅은 커피색이 되어 떨어진다.

그런 지붕에는 굼벵이도 살고 쥐도 살고 각종 해충들이 함께 서식하여 위생에는 최악이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그런 초가지붕을 걷어냈으니 모두 박수를 치며 반겼겠다.

(초가지붕 이엉 잇기 / 네이버 이미지)


이 슬레이트는 2000년대 초까지도 사용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돌로 된 구들장 대신 슬레이트를 몇 겹으로 포개어 구들장으로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슬레이트는 삼겹살을 구워 먹기에도 안성맞춤인 불판이었다.

얇아서 열전달이 빨라 우리네처럼 성질 급한 사람들 기다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달아오른다. 또 슬레이트의 골을 따라 기름이 쑥쑥 잘 빠지니 이 또한  슬레이트 불판의 장점이었다.

거기다 가볍고 보관도 용이하여 잘 씻어 담 밑에 세워두었다가 다시 사용하기도 했으니 재활용까지도 했겠다.

(슬레이트 삼겹살 불판 / 네이버 이미지)


이런 슬레이트가 석면이 들어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고 거론되고 공론화된 것이 불과 십여 년  전 일이다.


『2045년 석면의 공포 '악성중피종 환자 최고조에 이를 것'

2045년 악성 중피종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석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악성중피종 이란 석면가루 등이 폐, 흉막 등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이다. 악성중피종은 잠복기가 30년에 이르고 발병 후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석면은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지만 악성 중피종 발생은 2010년부터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2일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2045년에는 악성 중피종 환자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환경부의 발표에 2045년 석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 2011.10.05 ]


석면의 인체에 대한 영향은 분진을 장기간에 호흡기를 통해 흡수하게 되면 석면폐(폐선유증), 폐암 악성중피종(肺癌惡性中皮腫)등이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그 안에서도, 악성중피종은 그로 시트 라이트(청석면)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가장 많다고 하며, 흉막(胸膜)과 복막(腹膜)의 중피(中皮)에 발생하는 악성 종암(惡性腫癌)이라는 것이다.


악성중피종의 잠복기가 30년이라고 하니 우리 세대(현 50대 중반 이상 연령) 중에는 지금 그것이 출현할 때가 된 것 같아 뒤가 켕긴다.


새마을운동 때 장려했던 슬레이트가 지금은 폐기물 처리하기도 어렵게 분류되어 전문 업체가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보급 당시 슬레이트에 대한 무지함이었는지 아니면 환경 폐해를 알고도 편리함과 정치적 상황의 고려 때문이었는지 누구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한 시대에 각광받던 물건이 이제는 쓸데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슬레이트 불판이 없어 이웃에 빌려 쓰던 기억을 떠 올려보며, 오늘날 슬레이트 처리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이 철거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을 대비해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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