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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Nov 30. 2020

코로나 격리 일지

코로나 격리 일지 20201130 – 떨어져 생활하니 사랑앓이를 하는가

어제저녁은 밤새 뒤척였다. 

전날 새벽 두 시에 깨어 네 시 반까지 책을 본 게 피곤했던지 밤 10시가 되자 졸려온다. 

모처럼 일찍 잠을 청했었다.

새벽에 깨어 혼자 있는 방에서의 낯섦을 처음 느껴본다. 

옆에 아내가 없다. 

결혼 후 여태껏 각방을 써본 일이 없다. 출장했던 시간 이외에는.

그래서인가. 사랑앓이를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아침까지 잠을 설쳤다.


아내도 마찬가지란다. 이쪽 방에서 내가 뒤척이는 소리까지 다 들린단다. 

새벽 화장실 가는 소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래서 잠을 설쳤단다.

부부 일심동체라더니 아내도 그런가 보다. 


며칠 지났다고 그러는지. 

출타를 했다면 아마 다를 것인데 같은 지붕 아래 있으면서 각방 써보기는 서로 처음인지라 이런 생활이 참 낯설다. 

그래서 둘 다 뒤척였는가 보다


아내가 차린 아침이 배달되었다. 내 방문 앞으로

황태 떡국이다. 홍시 반쪽과 깔끔한 반찬들. 남길까 봐 반찬은 조금씩 식판에 나누어 담았다. 매일 아내의 고생이 많다. 

그래서인지 칭찬에 인색한 내 입에서 “고마워, 잘 먹을게 “ 소리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여보, 오늘도 잘 먹을게 “. 참 어설프고 메마른 말 한마디지만 아내는 그것이나마 감사하단다.


혼자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나는 호강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은 녀석도 재택근무라는데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전화라도 넣어봐야겠다.


『북집 아침 독서』에서 보내온 도서 소개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위기는 해결책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미봉책에 그치고 완벽하게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을 과감히 도입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핑계로 과거로 회귀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의 책임입니다. 


( 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경영자)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종종 있지만 독단적 성향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동안의 성공에 자만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의 방식과 생각으로 무작정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경영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최¶격¶차¶ -  리더의 질문/ 권오현


참 이 시대를 정확히 진단한 말 같다.

이번 정부와 자방자치단체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며 실망을 한 게 나뿐이랴. 대책을 내놓으면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여 대책인지 문제의 출발인지를 구분 못하는 대책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부아만 치민다. 여기까지만 하자.

이런 난리 통에도 내 휴대폰은 여전히 빠져나갈 공과금이며 회비며 아무 이상 없이 잘 빼 가고 있노라고 드르륵 거린다.


“코로나니 한번 빼 줄게~ 가 아니다”



거실에서 아침 TV 방송을 듣고 있는지 트롯 노랫소리가 구수하게 들려온다. 

가보고 싶지만 아내와 함께 시청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격리 생활이라는 게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가족과 분리된 공간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격리 생활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가족에게 전염될 수 있으니 말이다.

병 수발하는 것 이상으로 피곤한 일인 것 같다. 특히 격리된 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더 힘든 생활이다. 

대화를 하여도 아내는 거실 저 쪽에 서있고 나는 입구 쪽에서 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야기를 한다.

한 공간에서 참 우스꽝스러운 생활 방식이다. 그래서 더 낯설기도 하고


생활 키트를 배달하겠다고 동사무소 직원이 전화를 했다. 

자가 격리 담당은 다른 동의 직원이고, 물품지원은 해당 동 직원이란다. 

코로나로 인해 공무원들이 과외의 일로 시달리고 있다. 

참 이 시대의 공무원은 피곤하다.


아내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전화가 왔다. 확진 자가 다녀간 시간과 샤워실이 달라 다행이다. 부부가 같이 격리되면 참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확인하는 한 시간여 동안 조마조마했다.

같은 시간대에 수영장에 출입한 인원이 무려 100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 인원 모두 검사를 하고 나면 또 얼마나 늘지 걱정이다. 

오늘 10명이 증가하여 누적인원이 71명이란다. 불과 일주일만의 상황이다.

학교도 병원도 약국도 마트도  … 확진 자들이 다닌 모든 곳의 동선에 노출되었던 시민들을 찾아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참 많은 인원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면 좀 활동을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연신 00 장소에 다녀간 사람들은 검진을 받으라는 메시지가 도착하고 있다. 


앞으로 3일간 2단계 조치를 시행한단다.

유흥시설 5종,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오락실, 멀티방 등, 영화관, 공연장, pc방, 학원, 교습소, 직업훈련기관, 독서실, 스터디 카페, 이미 용업 등 모두 전면 집합 금지 명령이다.

카페는 포장ㆍ배달만 허용하고 음식점은 21시 이후에는 포장ㆍ배달만 허용하며, 1m 거리두기 또는 좌석/테이블 한 칸 띄우기, 민간/공공분야 10인 이상 집합ㆍ 모임 행사 전면 중단 조치이다


이 상황이 시민들의 협조로 조속히 안정화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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