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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Dec 07. 2020

코로나 격리 일지

코로나 격리 일지 20201207 – 잠 못 이룬 밤들, 해방을 앞두고

며칠째 잠을 세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잠이 안 온다고 이불속에서 뒤척일 이유는 없다. 

‘일어나 책을 보면 또 그게 수면제가 되겠지’ 하고 서재로 와 책상에 앉는다.

두 시 반에 일어나 다섯 시까지 책을 보다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내의 인기척에 깨어보니 일곱 시다.

밤잠 설칠까 낮잠도 쫒아가며 참았는데 몸만 고생시켰나 싶다.

지나고 보니 차라리 졸리면 아무 때나 자고, 깨면 무엇이든 하고 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제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일 검사를 받으러 오란다.

이제 해방이구나 싶다. 

거실까지도 못 가고 매일 내 서재와 작은 방만을 오간다. 

남들도 이렇게 철저한 격리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다.


여덟 시 반에 보건소로 출발했다. 오랜만의 나들이다. 

핸드폰을 보니 '격리 지를 이탈'했다는 붉은색 메시지가 뜬다.

하긴 격리 기간 중인 지금 검사받으러 왔으니 …

잠깐의 검사를 마치고 나니 날아갈 듯 한 기분이다.

이제 내일 오전이면 해방이다~, 해방!


오랜만에 커피를 내려 아내는 거실에서 나는 서재에서 그 향을 느끼고 있다.

축하 커피다.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아 커피를 마시지 않았었는데 이제 마음이 편하니 그 향이 이렇게 좋았나 싶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원격 “건~배!”

격리되어있지만 참 행복한 순간이다. 

벌써 해방된 기분이라 그런가 보다


격리기간에는 주로 서재에서 하루를 보냈다.

책을 보는 것도 자연풍을 쐬어가며 좀 쉬엄쉬엄 해야 하는 데. 마땅한 일 없으니 매일 똑같은 반복이어서 지쳐가던 중이다.

무슨 고시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종일 책을 붙들고 있나.

처음에는 수필이며 어학 서적들을 펼쳐보게 되더니 흥미를 잃어간다. 

인터넷 강의에서 어학과 한문 등 배우고 싶었던 프로그램들을 골라 들었지만 그것도 쉬 지치고 만다.

지쳤다기보다 매일 똑같은 생활리듬이라 지루하게 느껴졌는가 보다.

결국 26년여 전에 읽었던 ‘소설 천자문’을 들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 자(子)는 갑골문에서 머리통은 크고 팔 벌린 어린아이의 모양에서 상형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자 구성 공식으로 풀이하면

깨달을 료(了)에 가를 일(一)을 써서 깨우친 자(子)라는 문자란다.

깨우친 자?

그래서 지금부터 2,300여 년 전부터 2,500여 년 전까지 분명 깨우친 자들의 이름 뒤에 자(子)字가 붙여졌단다.

孔子, 孟子, 老子, 莊子 등등 세상 이치를 깨달아 가른 사람들의 존칭

이쯤 되니 “아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 우리가 漢字라고 하는 것의 원래 이름은 文字였단다. 

중국 사람들의 주장처럼 갑골문에서 진화되고 변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 개념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하긴 갑골문이라고 하여 그 변천된 글자들을 나열한 것을 보면 왠지 어설프고 억지로 꿰어 맞춘 것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위의 자(子) 자를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가.

그 오묘함에 빠져 일곱 권의 책을 정복하고 있다.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한자는 뜻글자라는 주장을 현대 중국어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꼭 번체자를 보아야 했고 우리가 배운 한자와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는데. 

모든 한자를 간체자로 표현하여 그 원형을 알기도 어렵거니와 그 발음 또한 한글 자를 두 개의 음으로 표현하니 참 배우기가 어려웠다.


마침 격리되어 많은 시간을 천자문(千字文)<원래는 天字文이었단다>에 빠져 보련다.

이참에 천자문 책자를 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천자문을 끝까지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 한데 담배 대로 맞아가며 쓰다 도망가고, 학교 가서는 정해진 한자만 배우다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없어졌다 다시 배우다 말고. 

이제껏 한자 배운다고 천자문 쓰다가 중단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天地玄黃, 宇宙洪荒… 謂語助者, 焉哉乎也(천지현황, 우 주홍 황 … 위어 조자, 언재호야)


힘내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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