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그리 민감하지는 않았는데 퇴직을 하고 보니 시간 지나가는 속도가 새삼 빠르다고 하는 걸 느낀다.
하루 세끼 밥은 먹어야 하루가 가는 것 같아, 언제 찾아 먹을지 모르는 끼니 굶으면 안 된다며 꼬박꼬박 챙긴다.
먹고 나서 치우면 또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것도 아침은 일곱 시 반, 점심은 열두 시 저녁은 여섯 시 반.
무슨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 시간만 되면 꼭 밥이 들어오라고 난리다.
모든 걸 내려놓은 지금도 아직 나의 본성은 공무원이다.
밥때만 되면 몸이 본색을 드러내니 말이다.
하지만 종전처럼 긴장을 덜 해서인지 늘 기억 줄을 놓는 일이 생기곤 한다.
TV 리모컨을 손에 들고 찾는가 하면,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려놓고 집에 들어와 한참을 찾는다. 아침에 아내가 당부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으니 곧장 오시라’는 말을 잊고 저녁 술자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아내가 점심 약속이 있으니 친구들이랑 먹든지 하라고 했는데 12시가 되어 전화를하여 왜 안 오느냐고 묻는다. 참 황당하다.
아내는 ‘말할 때 청심 해서 들으라’라고 하지만 들을 때는 그래그래 해 놓고 깜박하고 만다.
오늘은 아내가 생강 편을 만든다고 10㎏이나 되는 생강을 구입 해 왔다.
씻고 썰고 삶고 물에 불려 우려내고, 건져서 물기를 뺀 다음 설탕과 생강 절편을 1:1로 넣고 졸인다. 하얗게 설탕이 보일 때 꺼내면 너무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히 매콤 달달한 생강 편이 완성된다. 이 작업을 하다 보니 적지 않은 생강 우려낸 물이 발생하는데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빈 물병에 여러 병 담아 얼려놓겠단다
요리할 때, 또는 목이 칼칼할 때 꺼내어 먹는다며 병에 표시를 해 놓아 달란다
한 이틀 생강 때문에 숙석을 떤 터라 이걸 뭐라 적어놓을까 생각을 해보니 참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툭하면 들은 것도 잊어버리고 손에 쥐고도 찾고 하는 건망증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강 물”을 “생각 물”로 적었다.
아내가 피식 웃고 만다. 이게 뭐냐고.
이 병을 볼 때마다 생각 좀 제대로 하라고 그리 적었다 했다.
100세 시대라 하는데. 정말 100세를 산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사람들은 왜 그리 오래 살려고들 노력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하도 단명을 하니 61세의 생일을 환갑, 62세의 생일을 진갑이라 하여 큰 잔치를 펼치던 아버님 때를 보면 그 연세까지 도달하기가 만만치 않은 세월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60대는 청년 세대란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퇴직을 하라고 해서 한 것 뿐이지.
한 세대 만에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막상 100세까지를 산다면 앞으로 내가 직장 생활 한 40여 년 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냥 하릴없이 보낸다면 그건 허송세월이겠다. 죄 짓는 일이지 싶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가 너무 생산적이면 젊은 세대들에게 자리를 빼앗는 것 같으니 젊은이들이 하지 않는 그 영역에서 당분간만 약간의 생산적인 일을 하며 100세시대를 맞아야 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더 큰 우려는 바로 정신 줄 챙기기이다.
지금 이 깜빡거림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면 생산적인 일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정신 줄 잡아 매고 정진해 보려고 한다.
행정사사무실을 내고 1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행정사사무실을 낼 때만 해도 손님이 있을까 하고 우려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찾는 분들이 늘고, 특히 외국인 대상 출입국업무도 겸하다 보니 제법 상담 건수도 늘고 있다.
모두가 수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상담도 늘고 오는 이들이 많아지다 보면 수입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