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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독맘 Jul 22. 2020

삼식이와  사식이

코로나가 바꾼 일상 4

벌써 7월 말이다. 여름이 되면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는 3월 초의 희망과는 달리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퍼지는 상황이다.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남편이 집에 있으면서 좋은 점은 급한 일이 있을 때, 그 급한 일이라 하면 생리적인 현상으로 화장실에서 큰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 잠시 아들을 아빠에게 맡겨두고 편안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한 가지 장점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장점이 없는 남편의 재택근무.

초반에는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이 외롭지 않아 좋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입맛에 맞추기보다 남편의 고른 영양을 챙기는 식단이거나 혼자 먹을 때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대충 꺼내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어떨 때는 밥에 간장을 비벼 먹는 식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도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맞춰 음식을 완성해야 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남편의 음식을 시간에 맞춰 맛있게 해야 하는 건 육아와 병행할 때 조금은 성가신 일이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라 그래도 이래저래 지나가나 보다. 

 삼식이만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아침, 점심, 간식, 저녁을 먹어야 하는 우리 11개월 아들은 삼식이에 비해 투정이 심해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한 두입 먹고 나서 혀로 음식을 밀어내거나 수저를 뺏으며 식사 거부를 한다. 측은지심이 앞서는 날이면 아이를 위해 간단하게라도 다시 음식을 준비해서 주지만 열심히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거부에 나 또한 매정하게 굶기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아이가 잠을 잘 자 주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하루에 한 번 점심 식사 이후에 낮잠을 자는 시기가 되어버린 아들을 데리고 삼식이의 점심식사와 사식이 아들의 밥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은 전쟁터 같다.  

식자재가 부엌 여기저기 널부러저있고,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들에게 준 장난감들은 온 바닥을 채운다. 행여나 바닥에 있는 장난감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얌전히 잘 놀아주면 그 날은 선물인 것이고, 요리를 시작하는 중간중간에 안아달라, 뭘 만드는지 보여달라, 놀아달라며 자꾸 칭얼댄다.

그 사이 남편은 점심이 언제 된다며 부엌을 기웃기웃 거리며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확인한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자 어느덧 나의 점심시간은 하루에서 제일 스트레스가 많은 시간으로 변하고 있었고, 하루 중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고 싶었던 그 시간이 행복하지가 않았다. 한국이었으면 배달요리를 시켰어도 천만번은 시켰겠지.. 아쉬워하면서

그러던 중 남편의 제안,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하면 어떨까? 일 끝나고 아기는 내가 볼 테니 저녁에 조리해서 맛있게 먹자. 



독일에서는 하루에 한 번 따뜻한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다. 예를 들면 점심때 어른들은 회사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뜻한 음식 즉, 조리된 음식을 먹고 오면 저녁은 빵과 햄, 치즈로 구성된 식사를 한다. 아침은  간단히 빵이나 시리얼로 먹고 있다. 이러한 식습관은 산업혁명 이후에 생겼다고 하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나는 독일에 온 첫 해에 장애인을 위한 그룹홈에서 1년 동안 일하면서 일반 독일 가정에서 먹는 스타일로 살아서인지 지금은 하루에 한 끼만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했고, 남편도 젊은 시절에 독일에 와서 정착했기에 우리도 이런 독일 문화를 따르고 있었다.

그래..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지? 

오후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조리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점심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려 했는지 모르겠다.


내일부터는 아침에는 시리얼과 커피, 점심은 빵과 샐러드, 저녁에는 맛있는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 삼식이와 같이 먹는 음식준비 만이라도 여유롭게 할 수 있으니 한결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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