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삼류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00만 원짜리 아기침대

삼류일기 #3

아기침대를 막상 눈앞에서 보니 그 웅장함에 당황하여 눈동자가 흔들렸다 - 내가  느낀 감정을 제삼자의 시각에서 묘사해봄

아내는 임신부이다. 36주에 들어선 만삭이다. 배가 크게 불러와 숨을 쉬기도 벅찼다고 한다. 뱃속 아기가 아래로 내려왔는지 며칠 전부터 숨 쉬기가 조금 수월해졌다고 하니 세상에 얼굴을 내밀 날이 조만간임을 직감했다.


둘째가 곧 세상에 까꿍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아신 Ex. 직장상사분께서 집에서 쓰시던 아기침대를 보내주셨다. 집이 좁은 탓에 망설였지만 아내도 찬성을 하여 덜컥 받겠다고 했다. 토요일 용인에서 서울로 배송차를 수배하여 아기침대 배송을 진행했다. 오후 1시경, 창밖 너머로 택배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나의 동공이 살짝 흔들림을 느꼈다. 크다... 생각보다 많이.


드루와 드루와~

배송 기사님과 함께 아기침대를 단단히 묶어 고정시켰던 줄을 하나씩 풀었다.

“아이고, 내가 이런 거 많이 실어왔는데 이게 최고급이야.” “아, 정말요?”

그렇다. 100만 원도 더 주고 구매하셨다 했다. 중고가를 보진 않았지만 수십만 원에 달할 게 분명했다. 귀하신 몸인  것만큼은 확실.


낑낑대며 기사님과 아기침대를 들고 계단을 넘어 복도에 안착시켰다. 침대 바퀴가 있으니 이제 편하게 끌고 들어가면 끝. 게다가 우리 집은 1층 이어 금방 마무리되리라 예상해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문이 좁다!!

여러 각도로 재보았지만 답은 뻔했다. 재빠르게 기사님과 눈빛 교환 후 드릴 드라이버와 육각렌치를 후다닥 챙겨 바로 분해에 들어갔다. 상단 파트만 분해해서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 했지만 실패... 결국 모든 파트를 분해하고서 집안으로 들일 수 있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는 진리를 되새기며 아내와 조립을 시작했다.


침대가 웅장하다 보니 좁은 거실에 있던 2인용 소파와 이케아 수납 서랍 그리고 책장까지 빼버리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 참에 베란다를 꽉 막고 있던 짐들을 대거 정리하기로 하였다. 최소한의 통로는 확보하고 소파와 책장을 일렬로 길게 배치했다. 책장은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 수납하고 책들은 정리해서 창고에 넣어두었다. 반이사 수준으로 집이 어지러웠다가 정리가 되니...


이야... 속이 다 시원한 이 느낌이란!

고가의 침대를 받은 것도 참 감사한 일이고 필요 없는 물건들도 정리해서 숨통이 조금 트였다.

하동이 (태명)는 복 받았네. 그런데 어째 네 누나가 더 좋아하는 것 같구나.





오늘의 삼류일기 - 3W (What Went Well?)

1. 고가의 아기침대를 무료로 주신 상사분께 참으로 감사.

2.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개운함과 어깨 결림을 얻었다.

3. 거실에서 베란다로 쫓겨난 소파는 운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변신!

뜨거운 차와 책과 음악... 최고다. 야외캠핑하는 느낌으로 추위따윈 견디면 그만이다 (깔깔이는 필수)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길 - 호두과자와 5초의 법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