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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Jul 22. 2024

10년 후의 나에게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 [엄마의 사춘기]를 엮어 내기까지 총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작년 겨울, 다시 두 번째 워킹맘으로서 한창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문제는 ‘좋은 엄마이면서도 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어 버린 후, 어쩔 수 없는 역할과 한계 속에서 발버둥 치던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나조차도 궁금했다. 확신할 수 있는 발걸음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엄마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모든 것을 쏟아내 텍스트로 적어 내려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행동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적었다.


사실은 원고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쯤에 했던 내 예상이 있었다면, 두 번째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 두 가지의 밸런스를 비로소 지혜롭게 잘 맞춰가며 행복의 답을 찾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짧은 몇 개월 사이에 나의 글이 이끈 끝에는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곧 다시 바쁜 엄마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너무 바빠서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엄마의 괴로움에서 시작된 나의 여정은 다시 바쁜 엄마가 되기로 선택하며 일단락된다. 어찌 보면 상황이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 같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다. 그건 나 자신의 마음이다.


어느 순간, ‘일을 하느냐 마느냐, 얼만큼 하느냐’라는 질문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일은 죄가 없다. 중요한 건 내 자신이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래야 아이들을 포근히 끌어안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긴 여정을 돌고 돌아 나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지만, 어쩌면 나는 반드시 겪어야만 했던 것을 아주 길게 겪어냈던 건 아닐까. 처음 마주했던 커다란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같은 무게의 문제로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처음 엄마가 되던 날’과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10년 후 오늘의 이야기)

 

나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을 키운 53세 여성이자 마케팅 분야에서 한창 활동 중인 사업가이다. 품 안의 강아지 같던 녀석들은 어느새 내 키를 훌쩍 추월한 지 오래다. 반에서 키로는 항상 꼴등이던 둘째가 180이 넘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두 아들과 팔짱을 끼고 길을 걷는 날이면 세상 두려울 게 하나 없이 든든하다. 물론 이제는 나보다 더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얼굴도 보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만날 때마다 옛날에 너희를 키우느라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최선을 다 해서 너희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생색을 낸다.


세상은 참 빠르게도 변해 갔다. 모든 것이 넘쳐 나는 세상이고 복잡한 것들이 다시 단순하고 쉬워졌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람다움’을 다시 찾으려 애쓰며 저마다의 행복을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들을 관찰하며 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보석들을 찾아다닌다. 그 보석들을 예쁘게 꿰어 이 세상에 다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한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진짜 보석을 발굴하여 반짝이게 하는 일은 나와 내 가족과 내 동료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2024년 7월, 5명의 멤버로 시작된 우리 회사는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절대 돈 앞에서 미치지 말자는 슬로건을 가슴에 새기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어느 순간 돈의 유혹에 길을 잃을 때면 서로에게 ‘삐뽀삐뽀’ 소리를 내며 신호를 주기로 약속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리가 그렸던 ‘아름답고 행복한 회사’를 예쁘게 잘 키워나가고 있다.


내가 키워 낸 브랜드 중 가장 애정하는 브랜드는 바로 ‘사각사각 writing club’이다. 사각사각의 회원은 어느새 60명에서 10만 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ChatGPT가 글을 더 잘 쓰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범한 사람들이 나누는 치유의 글쓰기’가 만들어 낸 기적들이 세상에 알려지며 우리의 아름답고 따뜻한 감성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회원수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테크 기반의 플랫폼으로 겉모습이 바뀌긴 했지만 언제나 처음 같은 온도와 진심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주고 계신 조준형 대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 나이 53세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40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무엇이든 씹어먹을 수 있었던 나이에 왜 그리 세상에 겁을 먹었었는지… 10년 전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치열하게 힘들어했던 그 시기가 결국 너를 행복하게 만들 테니
이젠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으로 달려 나가라고.
너의 세상을 너의 손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 2034년 7월 22일, 10년 후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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