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7_자곡동 여인
<자곡동 여인 – 바람 부는 날>
개인적인 업무로 서울 수서에서 약속이 하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낮 햇살이 포근해서 근처 세곡동, 자곡동까지 걸어보았습니다.
수서역 주변에는 햇볕으로 쌓였던 눈이 스르르 녹고 비둘기들은 한데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았습니다.
우연히 걷다가 자곡동에서 조각 작품 하나를 만났습니다.
한 여인이 세차게 부는 바람 앞에서도 직접 손수 써 내려간 손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려고 합니다.
그녀의 속마음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다급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듯 보였습니다.
작품을 보며 느낀 감정들이 파도처럼 하나 둘 떠밀려 들어왔습니다.
"바람 때문에 여인도 우체통도 휘어 버렸다. 여인이 보내려고 하는 편지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급하게 변하고 가는 이 시대에 정보 전달은 매우 빠르다. 그러나 깊은 감정의 왕래는 점차 소멸되고 무시 되어간다."
"우체통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가 없다. 진실함과 애절한 감정들은 미래로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재의 모습을 왜곡된 모습으로 작품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명 : 바람 부는 날
작가 : 이환권(아래 사진)
위치 : 강남구 자곡동 길목 어딘가에
왜곡되어 있는 작품을 다시 생각해보며 이 시대 위에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소멸하고 있는 진지한 감정들을 놓치지 말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도 책상 서랍 속에 부치지 못하는 손편지나 써야 할 편지가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설날도 가까운 가족들 혹은 마음속에 생각했던 사람에게 진지한 감정을 표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별빛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