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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09. 2023

그냥, 내 답은 몽골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고 한동안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다행히도 국내여행을 다니며 그 갈증을 풀었고, 나름 괜찮고 행복하게 지냈다.

덕분에 국내도 많이 둘러보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예전 내 모습이었던 집순이 DNA도 다시 발굴할 수 있었으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점점 나아지고 하늘길이 열렸다.

주변에서 일본을 간다, 동남아를 간다, 하며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나도,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근데 그저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떠난다'가 아니라 '어딘가'가 더 중요했다. 만약 떠난다면 남미 아니면 몽골이었으면 했다. 그저 관광지가 아닌 광활한 자연을, 그곳에서 작고 작은 나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남미는 당장 무리인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차선책으로 몽골에 가고 싶었고 늘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들이 짧은 사이에도 몇 번을 무너졌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추석 연휴와 얼마 없는 연차를 붙여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길게 쉴 수 없는 직종인지라) 몽골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퇴근 후 짐을 싸고 3년 만에 도착한 인천국제공항.

낯익은 듯 낯선 느낌에 생경함이 느껴졌다. 아, 내가 드디어 떠나는 건가.

익숙하게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트레인을 타고, 지루한 게이트 앞에 앉아 어두워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탑승을 기다렸다. 아, 내가 진짜 떠나는 건가.

꿈인지 모를 비행이 끝나고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저 시골 같던 공항의 정겨운 풍경, 생각보다 매서웠던 새벽 공기, 주변도 보이지 않던 어두움.

내가 몽골에 도착했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한 채 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몽골이라고? 지금 몽골이란 말이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감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새벽 비행기, 퇴근 후 비행까지의 피곤함, 실감 나지 않은 몽골에 대해 조금은 실망으로 변한 감정들이 뒤섞여 피곤함에 눈을 붙였다. 덜컹거리는 좁은 차 안, 창문에 머리를 박아대며 잠시 눈을 붙였을까. 익숙지 않은 뻐근함에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 몽골이 보였다.


너른 초원, 끝도 없는 지평선, 그 위에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 비현실적이게 아름답던 하늘.

실감이 났다. 몽골이다.

아, 드디어 나는 몽골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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