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날이라 지나쳐 버리기엔 SNS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2022년 1월 1일의 색깔이 너무 진했다.
2021년은 새로운 연인이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헤어져야 하는 엑스 연인이다.
달라진 것은 없지만 달라지라고 하는 세상의 부추김을 등에 업고 속초로 향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이정표가 보이는 어느 시골 마을.
그곳에 희미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앉은뱅이 썰매장이 있었다. 나이를 먹은 건가. 어릴 때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 나타나면 무조건 응답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5학년 딸아이는 처음에는 철기 시대 유물을 보듯 하더니 직접 승차해보고 난 후 승차감은 별로지만 속도감은 최고라며 얼음 바닥을 수없이 돌았다. 등 떠밀려 출발한 새해 첫 여행이 준 선물은 최고였다.
우리는 지난여름에 먹었던 속초 중앙시장
홍게 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다를 보러 갔다.
저녁 어스름이 우리보다 먼저 바다에 와있었다.
마음속 바다와 동해 바다의 조우.
눈물이 차가워진 볼을 타고 흘렀다.
우리는 누구나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산다. 그 증거가 바로 눈물이다.
바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속초 스타벅스.
아직 녹지 않은 눈의 흔적이 입구에 가득했다.
두 손으로 감싼 커피 잔의 온기가 손가락 마디마디 전해진다.
온기를 입안 가득 머금고 사람들을 둘러본다.
백신 접종 완료 4인 이상 집합 금지. 어디를 봐도 4인 이상 모여있는 테이블은 없었다.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지만 새해 첫날이라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일 년 중 희망과 꿈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기에 가장 좋은 오늘. 유난히 커피 향이 진하게 느껴졌던 건 카페 안에 가득했던 사람들의 꿈과 희망 덕분일까.
속초 스타벅스.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분명 오늘 우리가 꾼 꿈의 향기가 이곳에 배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