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찬물에 머리를 씻었다. 싫은 마음도 깜짝 놀라 도망갈 만큼 시리도록. 설기게 챙겨 입은 옷 사이로 냉큼 안겨드는 새벽바람에 잔뜩 웅크린 채로 서둘러 보지만 이내 눅눅하게 깔린 낙엽에 정신이 팔린다. 노랗고 빨갛게 찢어져 버린 세상에. 문득 입술에 버석히 말라붙은 각질이 신경 쓰여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적거려 보지만 나오는 것이라곤 먼지 낀 라이터뿐이라.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간 곧 찢어질 것 같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누구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일이 없을 챔이라 그냥 꾹 눌러 참았다. 어차피 오늘은 참아야 할 일이 많은 날이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이 시간이면 저쪽 하늘이 밝게 올랐는데 지금은 어둑한 사이로 차 라이트가 먼저 보인다. 막아서는 것도 없는데 꽤 서두르는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아서. 저기 타야 할 버스가 보인다. 신호를 기다리는 30초가 한없이 늘어졌다.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 다만 나뿐인지라, 바뀌어야 할 시간에 신호는 바뀔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