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여전히 그 때의 나인가요, 세어보는 것도 우스울 만큼의 시간이 지나버렸는데도요. 막연히 생각하곤 했어요. 음식의 이름이나, 신호등의 점멸, 탁자에 진 커피 얼룩 같은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서 아무것도 아닌 당신을요. 당신 앞에서 한없이 재잘거리던 아이는 이제는 그 말을 속으로만 삭여요. 큰맘 먹고 글을 그려봐도 어떤 특별함도, 재미조차도 남아있지 않아 그저 멈칫거리고 마네요. 이젠 이게 나에요. 어쩌면 그보다 전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나침반이 아주 조금, 뒤틀어진 그 순간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