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개진 하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너는 나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같은. 궁금하지만 들어봐야 딱히 도움 되지 않는 이야기, 로또 당첨되는 법이나 자신을 이기는 법 따위와 비슷한 이야기, 들어봐야 뭔가 극적으로 바뀔 일 없는 이야기. 먼지로 가려져 보기도 귀한 파란 하늘 아래서 그딴 생각을 하다니 한심하고 아까울 따름이다. 차라리 좀 더 추워질 날씨를 어떻게 버틸까, 따위의 상념이었다면 옷깃이라도 단디 여미었겠지, 한참이나 정신이 팔린 탓에 차가운 밤공기를 가득 품고 말았다.
내일 새벽엔 잔뜩 부은 목이 거친 가래를 내뱉어야 하겠지. 엄한 네 탓을 하면서.
맞는 말이지. 어찌 이야기되든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 나도 이렇게 가끔 너를 글에 담는데 욕 좀 먹고 비웃음 좀 당하면 어떠려고. 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을 비우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는데 어째야 할까. 미친 척이라도 할까. 모처럼 산 외투가 아깝게 서늘함에 떨고만 있네.
기억과 추억이 이토록 수동적일 줄은 몰랐다. 내 의지로 나를 추억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 잠깐의 너는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제멋대로 찾아온다. 아무 상관도 없었을 해 지는 하늘 같은 것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