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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향수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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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vorybear Mar 17. 2024

아무 상관도 없어.


빨개진 하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너는 나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같은. 궁금하지만 들어봐야 딱히 도움 되지 않는 이야기, 로또 당첨되는 법이나 자신을 이기는 법 따위와 비슷한 이야기, 들어봐야 뭔가 극적으로 바뀔 일 없는 이야기. 먼지로 가려져 보기도 귀한 파란 하늘 아래서 그딴 생각을 하다니 한심하고 아까울 따름이다. 차라리 좀 더 추워질 날씨를 어떻게 버틸까, 따위의 상념이었다면 옷깃이라도 단디 여미었겠지, 한참이나 정신이 팔린 탓에 차가운 밤공기를 가득 품고 말았다.

내일 새벽엔 잔뜩 부은 목이 거친 가래를 내뱉어야 하겠지. 엄한 네 탓을 하면서.



맞는 말이지. 어찌 이야기되든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 나도 이렇게 가끔 너를 글에 담는데 욕 좀 먹고 비웃음 좀 당하면 어떠려고. 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을 비우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는데 어째야 할까. 미친 척이라도 할까. 모처럼 산 외투가 아깝게 서늘함에 떨고만 있네.



기억과 추억이 이토록 수동적일 줄은 몰랐다. 내 의지로 나를 추억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 잠깐의 너는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제멋대로 찾아온다. 아무 상관도 없었을 해 지는 하늘 같은 것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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