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을 국민에게 시범 개방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촌극이 있었다.
상황은 이렇다. 국토부는 19일 <“더 가까이, 국민 속으로”, 용산공원에 초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5월25일부터 6월6일까지 13일간 용산공원 부지 일부를 국민에게 시범적으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개방하기로 했던 곳은 신용산역 인근 장군숙소, 대통령 집무실 남측공간, 스포츠필드 등이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이번 시범개방은 장기간 폐쇄적인 공간이었던 용산기지가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열린 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국민과 함께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계획은 하루 만에 틀어졌다. 국토부는 20일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로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인한 관람객 불편”을 들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방 연기가 용산미군기지의 심각한 환경오염에도 개방을 밀어붙인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원희룡 장관은 “오염물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19일 개방계획을 발표하자마자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었다. 녹색연합은 보도자료에서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국민을 기만하고 정보를 제한해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범죄행위에 가깝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용산미군기지의 토양오염 문제는 공원화 계획이 발표된 2005년 이래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이번 녹색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미군 숙소부지의 TPH(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는 공원조성이 가능한 1등급 기준치의 29배를 넘고, 지하수는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각각 3.4배, 2.8배 기준치를 초과했다. 스포츠필드 역시 TPH는 기준치의 36배에 달했고, 중금속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인근 캠프 킴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지난 3월25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다이옥신이 발견됐던 부평미군기지 일부 지역(약 10만㎡)은 환경정화에만 2년6개월이 걸렸다. 부평미군기지의 20배 규모인 용산미군기지의 경우, 토양 정화 작업에만 앞으로 대략 20년이 걸린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용산미군기지의 25%가 올해 상반기 중 반환되면, 우선 개방을 목적으로 절차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환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안전진단을 거쳐 빠르면 연말, 이르면 내년 초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용산뿐만 아니라 전국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때마다 새로운 오염 문제가 불거져 왔다. 정부는 용산공원의 개방과 공원화를 졸속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