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방 출신으로,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헤아려 보니, 기숙사에 살았던 첫 2년을 제외하고 이사를 여태껏 열다섯 번 정도 한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오는 과정에서 어릴 적 친구들과 대부분 연락이 끊긴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들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깨복쟁이 친구’들과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더라도 부모형제와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거리에 산다. 반면, 나를 포함한 ‘지방’ 사람들은 대부분 타향에 흩어져 가족과 친구, 고향의 흥망성쇠를 공유하지 못한다. 경제적 기반과 인적 관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떠돌아다니는 것이니, 넓은 의미에서 ‘디아스포라’라고 볼 수도 있겠다. ‘공동체에의 소속감’이 ‘행복’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본다면, 그 출발점에서 다른 것이다.
최근 한국일보에서 ‘지역소속감’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소속감이 높으면 개인의 행복감과 사회의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살고 있는 광역시·도에 소속감이 있는 사람은 소속감이 없는 사람보다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도권 거주자가 비수도권 거주자보다 지역소속감을 가진 비율이 높았고, 지금 사는 시·도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하고 싶은 의향이 비수도권 거주자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지역소속감을 느낀다는 것은 경제적 기반과 삶의 터전이 갖춰져 있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인데, ‘지방’의 취약성이 이런 데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기사에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 더 크다는 통계다. 지역소속감이 있는 사람은 84%가 투표를 하겠다고 했지만, 반대쪽은 65%에 그쳤고 자치단체장·지방의원에 대한 신뢰도도 더 낮았다.
이 기사는, 대선이나 총선에 견줘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낮은 지역소속감 때문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지역소속감을 다르게 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동체의 붕괴, 가족 해체, 인구소멸, 그리고 수도권 집중을 해결해 나가지 않고는 우리 국민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원한다. 그리고, 어디에서 살더라도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분권과 균형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정치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