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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열 Jul 22. 2022

지방의회 원구성

지방의회 곳곳에서 원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자가 출입하는 서울 자치구 의회에서도 쉽지 않았다.


종로구의회와 중구의회의 경우 다수당 내에서 의장 후보를 놓고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다. 종로구의회는 민주당 소속 재선의원이 당내 합의 결과에 반발해 탈당, 국민의힘 소속으로 의장에 당선되는 일이 일어났다. 여파는 중앙당에까지 퍼져, 민주당은 “구의원 빼돌리기 구태에 대해 해명하라”고 국민의힘에 요구하기도 했다.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중구의회에서도 정당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에서 의장 후보 추천을 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루한 갈등 끝에 국민의힘 재선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고 의장에 당선됐다.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성동구의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배분에 불만을 품고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해 원구성을 마쳤다. 언제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는 긴장 상태다.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묻는다. 원구성 때마다 이렇게 시끄러운 이유가 뭐냐고.


‘핵심은 돈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에 선출되면 적지 않은 금액의 업무추진비를 받게 된다. 기자가 확인한 한 구의회의 경우 의장에게 매월 35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4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에게 이 정도 돈은 큰 힘이다.


더 큰 원인은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정치, 즉, 정당공천제가 낳은 어두운 그늘이다. 공천을 무기로 지방의원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려는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의 마수가 지방의회 원구성에까지 뻗치는 모습이다. 이른바 ‘내 사람’을 의장단에 앉혀, 지방의회를 뜻대로 움직이려는 것이다. 정당공천제는 본래 취지인 책임정치의 모습은 잃어버리고, 오로지 적폐로만 남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끊임없이 상대를 악마화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이다. 현재 광역의회는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 기초의회는 2∼4인을 뽑는 중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다. 소선거구제가 양당제에 철저히 복무하는 제도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기초의회 의원 선거구마저 2인 선거구 중심으로 획정해 기득권을 나눠 가져왔다. 만약 3인 이상 선거구 획정으로 소수정당 의원들의 진출이 확대된다면, 원구성은 합의제 원칙 아래 정책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반복되는 원구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회를 포함한 모든 의회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우선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의회 선거에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해, 합의에 기반한 의회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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