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떠오르는 게 많다. 대국? 인구? 역사? 음식? 등 많은 키워드가 생각난다. 중국을 화제 삼아 이야기하자면 아마 평생 해도 모자랄 것이다. 너무도 많은 이야깃거리라 해도 해도 끝이 없지만, 그중 오늘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중국 요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중국 요리 역시 종류가 너무 다양해 중국 사람도 평생 다 못 먹어본다고 하는데, 그 많은 요리 중, 오늘 필자가 독자 여러분께 특별히 소개할 요리는 바로 ‘북경오리’이다.
▲북경오리(출처/바이두)
필자가 베이징에서 10년이나 머물렀던 만큼, 필자는 다른 지역보다 베이징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좋아한다. 또한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인 만큼 자랑거리가 많은데, 베이징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이 베이징 요리는 중국의 4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며, 그중 북경오리를 베이징의 최고요리로 본다. 이 북경오리는 당연히 그 맛이 가히 일품이라 명성을 얻었지만, 때로는 어려운 외교 실마리를 척척 풀어내는 해결사 노릇을 해 효자 요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북경오리는 중국이 자랑스러워하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사랑을 담뿍 받은 요리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는 북경오리가 중미 간의 냉전 상태를 종식하는데 톡톡히 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71년은 냉랭했던 중미 관계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해이다. 먼저 중국에서 미국의 탁구 대표팀을 중국으로 초청해 ‘핑퐁 외교’로 양국의 화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중미 간의 관계를 한층 더 개선하기 위해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중국으로 비밀리에 파견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앙금이 어디 하루아침에 사라지랴? 협상은 계속 난항을 겪었고, 진척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했는데, 이때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이 바로 저우언라이 총리였다. “점심이나 먹고 합시다”라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으니 과연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처럼 일단 배를 채우고 나면 기분도 좋아져 험악한 분위기도 반전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
▲(출처/바이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우언라이 총리는 오찬으로 헨리 키신저 국무총리에게 북경오리를 대접했고, 친히 오리고기를 밀전병에 싸서 키신저에게 주며 먹는 법을 알려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저우언라이 총리만의 손님 접대법이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외교의 달인으로 국빈을 접대할 때면 언제나 먼저 간단히 먹고 난 후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식사할 때 손님에게 오롯이 신경을 쓰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저우언라이 총리는 식사 자리에서 자신은 언제나 먹는 척만 하고 상대방을 챙기며 대화에만 집중했다. 즉 상대방을 위한 1대 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메뉴도 직접 챙겼는데 이날은 특별히 오찬 메뉴로 북경오리를 콕 집어 선택했다. 이는 북경오리가 단지 유명하고 맛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경오리는 예로부터 고급요리로 알려진 만큼,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내심 ‘당신을 귀히 여겨 최고로 대접하니 이런 내 마음을 알아달라’라는 속뜻이 담겨있었다.
이런 저우언라이 총리의 마음이 통했는지 한껏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난 키신저 국무총리의 마음은 정말로 돌아섰다. 아니면 정말 ‘밥심’이 효력을 발휘한 걸까? 어찌 됐든 오찬이 끝난 후부터는 화해 모드로 바뀌어 결국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이듬해인 1972년 2월 21일에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1979년 1월 1일, 중미 양국은 그렇게도 바라던 수교를 맺었다. 만약 저우언라이 총리의 현명한 선택이 없었다면 과연 수교까지 맺었을까 싶다.
▲저우언라이와 헨리 키신저(출처/바이두)
중국의 옛말에 ‘주공토포 천하귀심(周公吐哺 天下歸心)’이란 글귀가 있다. 삼국지에도 나오는 말인데, 주나라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공이 손님이 오면 씹고 있던 음식까지 내뱉고 손님을 맞이했기 때문에 온 천하의 민심이 그를 향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도 손님을 맞이해보면 알 수 있지만, 손님에 맞추느라 밥 먹을 틈이 없다. 필자도 중국인 손님들을 자주 초대하는데 손님 챙기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자도 식사 자리에서 중요한 협상을 할 때는 중국의 글귀를 떠올리며 집에서 미리 허기만 달랠 정도로 간단히 먹고 나갈 때도 많다.
이처럼 저우언라이 총리가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공감대를 이루어 낸 식사를 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저우언라이 총리가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대접했던 북경오리는 어쩌면 단순한 접대용 요리가 아니라 문화의 교감을 이루어 낸 역사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저우언라이 총리의 진심과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에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속담에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우리도 이런 역사적 의미를 알고 북경오리를 대화의 매개체로 삼아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상대방을 접대한다면 비즈니스에서 성공의 문이 활짝 열리지 않을까?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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