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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Feb 13. 2024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우레시노를 가다....

일본에 사는 동생을 만날 겸.

그리고 겨울 온천을  위해

1월 나는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순조로운 출발.... 을 하나 했더니

후쿠오카 공항을 빠져나와

호텔 숙소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막 빠져나올 무렵....


오 마이 갓.....!!!


여행경비 현금이 든 가방을 지하철 선반에

그대로 두고 내린 것...


역무원에게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아니 파파고로 열심히 보여주며 사정하니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분실물로 들어와야

확인이 된다는 것이다. ㅠ


호텔로 돌아와 프런트 직원에게도

사정을 말하니 여기저기 알아봐 주긴 했으나

허사였다.


그냥 잃어버린 셈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첫날부터 너무 힘이 빠졌다.

다행히 인출 카드도 있고 여권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하면서...


가족 누구를 탓해봤자 해결되지도 않으니

화가 나지도 않고 무거운 허탈함이 맴 돈 첫날..


그래도 씩씩하게 저녁도 먹고

간식도 사고 일부러 괜찮은 척...

괜찮아. 우리에겐 카드와 여권이 있어!

편의점 인출기에서 현금을 더 뽑으며

이게 어디냐며 작은 위로도 함께...


다음 날....

우연히 잃어버린 가방에 에어팟이 있다는 말을 하니 큰 딸이 에어팟 찾기 기능으로 찾아보자 제안을 했다.

멀리 있을 텐데 잡힐까?

근데... 세상에나

에어팟이 우리가 탄 지하철 종점에 있는 걸로 잡힌다.!!

우리 가족은 세수도 못하고 옷만 대충 입고서

지하철 종점으로 티켓을 끊고 찾으러 갔고

우리의 가방은 역무원 사무실에서 고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 있는 물건과 돈 그대로..... 우리는 환호와 박수를 동시에 쳤다.


일본은 가방이 분실물로 들어와도 주인이 누군지 열어보지도 않나 보다.

가방 안에 호텔바우처가 있어서 호텔로 연락 주면 되는데...

그래도 결론은 찾았다는 게 중요하니까.


이렇게 잊지 못할 사건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되었다.


원래 둘째 날은 교외로 나가려 했으나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계획을 변경하여 시내구경을 했다.


셋째 날은 렌트를 해서 우레시노 마을을 가기로 한다.

그런데 눈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서 렌트 직원이 걱정을 많이 해 준다.

그렇게 위험하겠어했는데 우레시노로 갈수록 눈발이 거세진다.

간중간 도로를 통제하며 염화칼슘을 뿌리는 곳도 있어서 차가 밀리기도 했다.



가는 길에 이마리 도자기 마을을 들렀다.

도자기 마을은 아담하고 정갈하고 예뻤다. 봄이었다면 더 환상적이었을 텐데.

다음엔 꼭 꽃 피는 봄에 오리라 다짐한다.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눈 덮인 우레시노 마을...

와타야벳소 료칸

료칸내부에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녹차를 마시고 살 수 있는 티룸과 다양한 책들이 구비된 책방.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우레시노 옆 다케오라는 동네도 들렀다.

도서관이 유명한 동네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도서관이 내 놀이터가 될 텐데...

도서관 뒤에는 3천 년 된 녹나무가 있는데

소원 들어주는 나무라하여 올라가 본다.

과연 그 모습만으로도 영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눈길에도 사고 없이

호텔로 무사히 귀환했다.

눈 때문에 고속도로는 통제되어 국도를 엉금엉금

운전하느라 남편은 꽤나 긴장하고 고생했다.

이번 여행은 가방을 잃어버린 일 때문에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여행이 되었다.

처음엔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극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기에 우리끼리 웃고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더 중요한 건..

가방을 잃어버린 누구를 아무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거다.


우리 가족은 충분히 다음 여행을 떠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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