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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J Sep 19. 2015

정에 대하여

우리의 삶에 녹아 들어있는 우리 내  정서, 정.

요즘 내가 좋아하는 고두심의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속 주인공 엄마 임산옥은 동네 골목길 모퉁이에서 조그마한 반찬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그녀의 오랜 친구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운털 잔뜩 박힌 친구 유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값은 20%나 더 처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여지는 조건은 그녀가 만든 '임산옥'의 반찬이 아닌 '유자가 만든' 것으로 해 달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그런 상황을 보다 못 한 그녀는 친구의 면전에 말한다.


"유자야, 내가 우리 반찬을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서비스를 팍! 팍! 주는 사람이야.
열무 300그램 사면서 너~무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매실 장아찌 50그램을 서비스로 주는 사람이야, 내가. 왜?!
이 반찬에 대해서 장인 정신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데 내가 만든 작품을 내가 만든 게 아닌 걸로 해서 세상에 내 보내는 건,
억만금을 준대도 원치 않아, 나는.
고로 이거 못 만들어줘."
[출처: KBS 웹사이트]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등장하는 드라마다. 특히나 이상우 배우를 사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그녀가 만드는 반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녀의 자부심도 아니요, 인정 없는 친구에게 악플을 날리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우리 정서에서 때려야 땔 수 없는 ''이다.


정.


우리나라 정서에 녹아들어 있는, 현대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정이다. 예전 90년대 초,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나는 엄마를 대신해 동네 시장에 콩나물과 두부를 사러 자주 갔다. 물론 나에게는 용돈이라는 소정의 이윤이 있는 '심부름'이라는 것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장 골몰에만 들어서면 시장 가게 아주머니들은 '엄마를 잘 도와주는 효녀'라는 부담스러운 이름으로 나를 항상 불러주시며 예뻐해 주셨다. 그러고는 기특하다며 ''으로 한 주먹 더 되는 콩나물을 까만 비닐봉지에 넣어 주시곤 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정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내가 자라면서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일들과 직업들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레 정을 많이 주고받았다. 내 능력하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도우며 지냈던 것이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내가 나눌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 ''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타인에게서 내가 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받으면서 감사하게 지내왔다.

우리가 하는 세상은 분과 초를 따진다. 빠르게 진화한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정을 나누는 시간 마저 아까워하며 잃어간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동양의, 특히나 한국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서구형 사회다. 멜벌이라는 다민족의 문화가 잘 섞여있는 곳이다. 아무리 아시아 인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정의 정서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서구형 사고 방식의 사회다. 그래서 가끔 이들은 내가 나누는 정에 대해 왜 그러는지 의아해 한다. 어떤 이들은 불편해하기도 한다. 계산적으로 살아온 이들에게는 나의 정이 '다시 되갚아야 하는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너 왜 그렇게 도와줘?'. 이들에게는 내가 나누는 정이 필요 이상의 아무 의미 없는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도 난 정이 좋다. 물론 과한 정으로 인해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건 주지 않는 것 만 못하다. 그럴 경우에는 현명하게 멈추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우리가 사는 너무 노골적으로  합리화되어있는 이런 현대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정은 인간이라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초자연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정이란 없다. 세렝게티의 배고픈 사자들이 어린 초식 동물이 불쌍하다 여겨 정을 베풀어 살려 주는 행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글프게 울어봐도 소용없다. 대자연에서는. 따뜻한 정을 바라기 보다는 더욱 빠르게 달아나는 것이 옳은 판단 일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해 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프로그래밍된 로봇 기기들에게 넘겨주는 추세다. 그런 로봇들에게서는 인간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은 아직까지 찾아 보기 힘들다;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엘리시움'에 등장하는 경찰 로봇이나 정부 청사 민원실에 등장하는 플라스틱 사람 모형에 컴퓨터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인간의 정이 얼마나 값지고 우리 삶에서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 미래에는 인간의 감정과 판단력을 200%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상용화된다면 모를 일이지만 아직은 이니다.)

[출처http://cashmanager.tistory.com/m/post/492]    로봇에게는 농담이 먹히지 않는다.
[출처http://cashmanager.tistory.com/m/post/492]    차가운 플라스틱 얼굴을 대하는 기분은 어떨까?


정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에게 있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고, 있던 불면증이나 우울증도 달아나게 하고, 흉악한 범죄율도 낮추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나에게, 나의 편의와 이윤을 먼저 고려하는 개인적인 사회가 아닌 타인과 함께 잘 살아 갈 수 있는 정이 있는 이타적인 사회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와 가족, 친구들과 동네 어른들, 그리고 그런 깊은 뜻이 담신 정신을 남겨주신 선조들께 감사하다. 우리의 따뜻한 정이 담긴 문화를 통해 요즘들어 자주 만날 수 있는 과학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만들어지는 비극적인 결말에 비치는 인류의 종말에 있어서도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Epilogue -


부탁해요 엄마에 관한 사진 자료를 찾던 중 케이비에스 웹사이트 드라마 코너 '부탁해요 엄마' 페이지에 들어가면 기가 막힌 임산옥의 요리 레시피들이 올라와있다. 재료에 대한 설명과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잘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나오는 떡과 반찬들을 전부 만들어 보고 싶다.


http://www.kbs.co.kr/drama/mymom/cook/recipe/index.html


[출처: KBS 웹사이트] 나를 어처구니 없이 웃게 만들었던 장면이다. 이 떄문에 이상우는 극중에서 코피를 흘리게 된다.


By Minnie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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