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고맙지만, 고민은 깊어졌다.
글쓰기. 그 중요성. 모르는 사람 없다.
입시부터 그렇다. 논술, 문해력. 또 막연히 ‘읽고 쓰면 공부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다.
오랜 세월 세계적 작가들도 권했다. 글쓰기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음을 말한다.
다만 멀지 않은 과거.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면, 글 쓸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 휴대전화가 등장했던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도 그랬다. SMS는 별로 쓰지 않았고, 그마저도 단문만 가능했다.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면서 ‘문자 적기’가 증가했다. 메신저.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댓글.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문자 적기는 자연히 글쓰기로 연결됐다.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로 돈 버는 사람이 생겼다. 그 뒤엔 블로그에 구글 광고가 붙으면서 글 쓰는 사람은 더 늘었다.
치유, 글쓰기, 자기계발, 성공. 수익화. 최근 모든 분야의 책에서 글쓰기를 권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그나마 글을 써보려는 사람들이면, 책을 사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글쓰기를 권하고, 모두가 쉽고 편하게 글을 쓰는 시대. 하지만 읽지 않는 시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몇 년 전 독립출판물 제작과 판매가 부흥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도 독립출판은 계속 나온다지만, 독립출판을 판매하는 책방은 점점 줄고 있다. 독립출판물 판매의 성지 같았던 한 서점도, 기성 출판만 취급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글쓰기는 과잉, 글 읽기는 과소다.
다음과 브런치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오늘부터 유명작가에서 연재를 맡긴 것은 회사 홍보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다.
그 정도는 아닌 나처럼 뱃지를 받은 작가들은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글을 쓴 사람들이다. 나를 봐도 구독자나 누적 글 수가 고려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글은 다음 포털 사이트에 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신문사 글과 같이 메인에 놓인다. 돈을 주지 않고도, 다음 페이지 뷰를 늘릴 수 있다.
독립책방들이 독립출판물 판매를 중단하는 것과 같다. 다음이 대기업이라도 돈이 안 되는 서비스를 유지할 때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인증을 받으니 기분도 좋고, 브런치에도 고맙다. 아무 소득 없이도 글을 계속 쓴 노력만이라도 인정받은 것 같아서다.
2년 만에 브런치에 돌아와 글을 쓰고, 6월부터 집중적으로 2~3일에 한 편씩 쓰는데 거의 모든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렸다. 최근 쓴 글로만 조회 수도 2달이 안 되어 30만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른 브런치 유저들이 말했듯 자랑이 아니다. 제목에 ‘김밥’만 넣으면 메인에 오른다는 김밥 사태처럼, 내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컨텐츠 필요에 맞은 것뿐이라는 게 제법 허탈하다.
내가 봤을 때 계속 메인에 오르는 분들은 방법을 안다.
많은 브런치 작가분들 글을 살펴보니, 정말 글이 좋은 거라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비서를 끝내고 실무부서로 왔다. 직원들을 만나보니 후배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한 것들이었다.
후배들에게 말로 해주던 조언을 브런치에 쓰고 있다. 원래도 40개까지만 글을 써야지 하고 시작했다.
이제 목차 잡은 글을 다 써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게 끝나고 계속 뭔갈 쓸지. 다시 닫을지.
쓰는 사람은 계속 는다.
출판시장이든 책방이든 온라인이든 모든 글쓰기 시스템은 이제 아마추어들은 멈추라 한다.
책을 낼 정도도 아닌 글을. 그렇다고 일기도 아닌 글을. 이 효용 없는 글쓰기를 이렇게 길게 공개적으로 이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아진다.
사진 출처 :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