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진 Dec 25. 2023

조급증에 빠진 시대, 참을 줄 아는 어른의 무거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하루키 소설. 여전히 그렇다. 의미 없는. 그러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한. 옛날이야기.     


또, 소설마다 등장하는 작가 본인에서 따온 주인공들의 생활방식. 그 생활 묘사가 전해주는 간결하고 차분한 기분.     


놀라운 건 바로 그 지점. 이 똑같은 일을 40년 넘도록 하고 있다. 직장인도 아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예술가로 생존하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쓰고, 꾸준히 운동하는 예술가. 그러니 엄청나게 많은 작품.      


『더 스크랩』처럼 하루키가 아니었다면, 출간 가능성이 0%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하는 책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이 힘이다. 매일 매일 그것을 수십 년 하는 사람의 힘. 그가 대단한 성취를 이룬 작가지만, 나는 특별한 기대를 하며 읽지 않는다.     


좋으면 좋은 대로 별로면 별로인 대로. ‘이 할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군.’ 하면서 고3 때부터 지금까지 읽고 있다.     


“어언 20년이 지나, 저는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무렵엔, 잘 이해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스무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말입니다.”     


그렇게 말했던 아저씨는 지금 74세.     


그리고 매일 쓰는 이 대단한 할아버지가 40년 만에야 완성한 이야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작가 후기에서 40년 전 ‘덜 익은 채로 세상에 내놓고 말았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한다.


매일 쓰는 세계적인 작가도 40년을 익혀 내놓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시대는 조급증에 빠졌다. 무엇도 익히지를 못한다. 이 소설에서 내가 얻은 건 바로 그것이다.      


매일 무엇을 하더라도 매번 내놓지는 않는 사람. 그런 어른. 그게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라는 약물 중단 6주 .. "내 몸이 원래 이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