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행동을 관찰하고 이유만 묻기
사용자 리서치 방법을 학습하면 할수록, 인터뷰 질문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 원인이나 솔루션에 대한 강한 가설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경우 bias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행동을 관찰하겠다'' 는 마음으로 리서치를 설계해 보세요.
사용자 리서치 방법은 에스노그래피 방법에서 기인했습니다. 에스노그래피 방법이 다른 조사법과 다른 점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들어가서 조사자가 개입하지 않고 관찰한다'는 것입니다.
Ethnography involves observing people in their own environment to understand their experiences, perspectives and everyday practices. (출처: UK government guidance)
The ethnographic method examines behavior that takes place within specific social situations, including behavior that is shaped and constrained by these situations, plus people’s understanding and interpretation of their experiences. (출처: Harvard Library)
Ethnographers observe life as it happens instead of trying to manipulate it in a lab.(출처: University of Virginia)
우리도 마찬가지로, 제작자의 개입 없이 사람들이 프로덕트를 사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잘 쓸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를 만나 질문합니다.
"평소에 필터 쓰실 때 뭐가 불편하셨어요?"
"만일 이렇게 바뀌면 잘 쓰실 것 같으세요?"
하지만 우리들은 누구나 행동을(do) 말로(say) 기억해서 표현하기 어렵고, 실제 느끼고(feel) 생각한 것(think)을 그대로 말하지(say)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프로덕트를 만든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해서 사용자가 부정적 경험을 순화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와 거리가 멀 수 있는 평가 의견을 사용자에게 묻기 보다는 '행동을 관찰하고 이유만 묻는다'는 mindset으로 사용자 리서치를 설계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개입 없이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입을 100% 없애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최대한 그대로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특정 태스크를 드리지 않고 우리 앱을 켤 때마다 앱을 종료할 때까지 쓰는 모습을 화면 녹화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녹화 내용을 본 후, 인터뷰를 진행하여 왜 그렇게 행동하셨는지 이유를 물어봅니다.
이 방법은 제작자의 개입 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찰된 행위가 광범위해서 분석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방법을 시도하기 전에 1) 많은 리소스를 쓸 만큼 우선 순위가 높은 주제인가 2) 분석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팀에 있는가 를 확인하여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특정 행위로 좁혀서 관찰하고 싶은 경우 사용자를 모시고 행동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달라고 요청드리며 관찰합니다. 이때는 "평소 우리 앱에서 필터를 사용하는 과정을 보여주세요"라고 요청하지 말고 사용자의 실재 경험을 특정하여 재현을 요청합니다.
진행자: 가장 최근에 우리 앱에서 어떤 것을 검색하셨어요?
참가자: 음.. 지난 일요일에 여성 재킷을 검색했어요.
진행자: 그때 어떤 방식으로 검색하셨어요?
참가자: 여성 재킷이라고 검색창에 쓴 다음에 사이즈랑 소재를 필터 걸었어요.
진행자: 그러면, 지난 일요일에 여성 재킷을 검색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주세요. 앱을 켜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대한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만일, 리서치 참가자가 우리 회원이고 user behavior data를 볼 수 있다면 사전에 어떤 필터를 사용했는지 우리가 미리 학습하고 그것을 재현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최근 행동을 재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 지금 재현할 수 없는 행동인 경우, 평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경우, 우리 회원이 아닌 경우 등) 그 행동을 최대한 자세하게 시간 순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실제 경험을 특정하여 요청합니다. 예를 들어,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평소 주무시기 전에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지 말고 다음과 같이 질문하며 경험을 파악합니다.
진행자: 어제 몇 시에 주무셨어요?
참가자: 어제 새벽 3시에 잤어요.
진행자: 주무시기 전에 어떤 것들을 하시는지 말씀을 듣고 싶은데요, 잠자리에 드시기 전 1-2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하셨어요? 어제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어떤 것들을 하셨는지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실제 행동을 관찰했건, 재현한 행동을 관찰했건, 행동에 대해 말로 들었던 '행동을 관찰'한 후에 in-depth interview를 진행합니다. 인터뷰에서 물어보는 것은 사용자가 어려움을 겪은 것이 관찰된 행동,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행동에 대한 이유,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입니다.
다음의 질문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유] ~~ 이렇게 행동하셨는데,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셨어요?
[감정] ~~ 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생각] ~~ 이러셨는데 혹시 어떤 생각이 드셨던 건가요?
아래와 같은 것이 알고 싶을 때, 앞으로는 어떻게 질문하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관찰할 수 있지를 고민해 보세요.
(가) "평소에 필터 쓰실 때 뭐가 불편하셨어요?"
(나) "만일 이렇게 바뀌면 잘 쓰실 것 같으세요?"
(가)처럼 불편한 점을 알고 싶으면 가장 최근에 필터를 썼던 경험을 관찰하고, 불편한 부분을 우리가 직접 발견하세요.
(나)처럼 솔루션에 대한 의견을 알고 싶으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세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없는 초기 단계 거나 리소스가 없는 상황이라면, 종이로라도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쓸 것 같을지 보여달라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