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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재 Sep 06. 2021

군대에 관한 파편적인 생각 몇가지

드라마 D.P를 보고

1. 남자들은 군대 얘기로 많이 싸운다. 보통은 재밌지만 가끔 진절머리 난다. 다같이 국가 권력이 집행한 폭력의 피해자면서 아웅다웅하는게 웃기면서 안타깝다. D.P를 만든 한준희 감독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군생활은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구도 모를 수 있다. 다들 군생활을 했지만, 모두들 다른 군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

2.(두번째 사진) 진짜 전쟁중이었던 6.25때는 병영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데. 요즘 놈들은 왜..?

3. D.P 에피소드들은 충격적이다. 난 이정도로 군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다. 2년간 딱 한 번 맞았고, 단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 D.P는 탈영병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보니 필연적으로 내용이 과장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응을 보니 과장이 아닌 경우도 많은듯하다. 나 정도가 운이 좋은 편이라니, 진심으로 슬픈 일이다.


4. 내가 군대에, 특히 해병대에 가장 열받는 포인트는 따로 있다. 군대가 시스템의 부재를 오히려 교묘하게 사병들의 '자부심 포인트'로 바꿔치기했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해병대는 '빡센 부대'가 아니라 '열악한 부대'다. 해군 예하 부대면서 희한하게 독립된 지휘체계는 갖추고 있어 구조적으로 해군이 먹고 남은 것들을 주워먹으며 산다. 당연 각종 생활이 궁핍하다. 쉽게 말해 UDT처럼 좋은 장비, 좋은환경에서 훈련만 딱 힘들게 하는 멋진 부대가 아니라, 필요한 것도 없고, 반드시 필요한 것도 없는 불쌍한 부대라는 것이다. 문제는 해병대가 이 상황을 용케도 '자부심'으로 치환시킨다는 거다. "너넨 해병이니까 (이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게 멋진거야"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한마디면 부실한 급식, 오래된 수통, 당겨지지않는 노리쇠 등등 수많은 문제가 메꿔지니 얼마나 편하냐. 심지어 병사들은 이걸 견뎌냈다고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한다. 지금, 여기서라도 해병 장성급들한테 한마디 가능할까? "최소한 우롱은 하지 말지 그러셨어요ㅜ"

5. 살다보니 "안되면 되게하라" 류의 군대식 의지 발현은 삶의 해법 방식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한 가치있는 것들은 대개 반복을 요구한다. 보상 없이도 작동한다면 그게 습관이다. 뭔가를 잘한다는 건 그걸 습관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습관엔 별다른 의지표현이 따르질 않는다. 중요한건 의지가 아니라 반복하는 행위 그 자체다.

6.  어제가 입대 10주년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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