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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재 Nov 08. 2021

학벌 콤플렉스와 청춘

모교를 다녀오고서

오랜만에 외대에 들렀다. 안 그래도 가기 싫었던 등굣길, 어쩌다 (한 번 내렸다 다시 타야하는) 청량리행 열차라도 걸리면 여간 학교 가기가 싫었던 기억이 난다. 종종 다 내팽개치고 놀러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진 않았다. 무슨 내가 대단한 의지의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빨리 학교 좀 그만다니려고. 적당히 학점 챙기고 조금이라도 빨리 졸업하려고 그랬다.계절학기까지 바득바득 들어가며 학점을 몰아 들은 끝에 나는 실제로 3년 6개월 만에 학교를 졸업했다.

이유는 뭐, 주지하다시피 학벌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나는 이 학교를 재수에 삼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왔건만 영 만족하지를 못했다. 스스로를 더 큰 그릇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학교에 있던 동안에는 3학년, 4학년이 되도 처지가 달라질 요량이랄 게 없었다. 좌절감 좀 이겨보자고 해병대도 갔다와보고, '진짜 중요한건 내공이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책도 수백 권 읽어댔지만, 졸업직전까지도 학교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 구석이 답답했다. 결국 학교를 학원다니듯이 다녔다. 나라고 대학 생활을 마냥 흘려보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준거집단도 아닌 곳에서 즐거운 척, 밝게 지내기가 더 어색했다.



푸르렀던 나이, 그럼에도 인생의 어둑--한 변두리에 머무르던 나날들이었다. 누가 뭐라한 적도 없는데 혼자 말라붙은 마음의 나뭇가지들을 뜩.뜩. 부러뜨리고 다녔다. 그때의 여윈 마음. 순간순간의 조바심. 사람의 속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외대앞역 선후배들의 당당한 걸음걸이는 희극이었다.


지나고보니 꼭 그렇게 힘들어 할 필요는 없었건만. 어차피 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외대란 학벌이 내 발목을 잡은 적도 없다. 참 나..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자니 한편으로는 웃기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 (Life isn't always what one like!) 로마의 휴일 남주인공이 말한다. "그럼"(I know) 옆에 있던 사람이 답한다.


아파하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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