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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재 Nov 08. 2021

동성애와 기독교

혐오에 관해

영화 <윤희에게>는 이미 아이까지 낳은 한 중년 여성의 '동성애'를 다룬다. 나름 무겁고,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아주 느리고 세밀한 템포로 다룬다. "눈이 내리는 속도로 진행되는 영화", "사무칠수록 담담하게"라는 평이 와닿는다. 큰 반전이나 무리 없이 주인공의 감정에만 잘 천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다시 든 생각이지만, 난 동성애를 반대하는 쪽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특히 신의 사랑을 논한다는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이해 못 할 일이다. 신이 전능하다면 동성애도 신이 만든 것이 되고, 동성애가 신이 만든 게 아니라면 신이 전능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후대의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신의 뜻을 오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미국 신학자 대니얼 헬미니악 신부가 쓴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에 따르면, 성서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어떤 단정도 짓지 않는다. 오히려 '룻기'와 나오미와 룻의 이야기는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다룬 일화로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운동가 한채윤이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는 '개발됐다'"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 기업화된 교회 안의 비리, 부패와 이를 비호감으로 받아들인 대중들, 그리고 교계의 돈줄을 통제하는 사학개혁까지, 교회는 적이 필요했다. 동성애는 사회 통념에 호소하기도 쉬운 데다가 이미지가 워낙 강해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기독교는 기독교적 신앙때문이 아니라 절박한 정치적 전략인 셈이다.


21대 국회에서 (동성애 등에 대한) 사회적차별금지법 입법 붐이 일었을 때 국민일보에는 매일마다 반대논리를 설파하는 교인들의 목소리가 1개 면에 걸쳐 실렸다. 지금도 간혹 가다가는 실리고 있다. 예컨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하는 제도와 법에는 적극 저항해야 한다'는 식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일보는 기독교 계열 신문이다. 나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걸 반대하는 종교는 물론이고 그걸 여과 없이 싣는 신문의 작동원리를 아예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종교(宗敎, 큰 가르침)도 아니고, 언론(言論, 말의 통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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