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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재 Dec 23. 2021

대선 파견

5년만의 정치부 리턴

출입처로써 국회는 좀 버거운 곳이다. 주장과 의도, 전략을 담은 말들이 여름날의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곳이어서 그렇다. 또 너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국회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들 일 안 하잖아 ㅎㅎ"라고 조롱하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혹은 많이 일한다. 다만 그게 공동체의 이해관계와 맞는 방향이느냐는 다른 문제) 그런 사람들 틈에서  주목할만한 결과물(기사)을 내놓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어지간해선 내 지식의 지평이 취재원의 혜량 범위를 능가하기가 어렵다. 요컨대 정치판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치열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내는데, 그 틈바구니에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버거운 건 여기서는 나 역시 쓸모'만'(nothing but) 있는 언어들'만'(only) 써야한다는 사실이다. 쓸모와는 전혀 상관없는 미사여구들을 좋아했던 나는, 특히 정치부 기자돼서는  '당정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양도세중과 유예 정책은..' 류의 워딩, 혹은 쓸모 있는 사람이 말한 언어만을 다뤄야했다. 그렇게 재미 없는 언어로 써대는 내 기사들이 문학과 달리 세상을 바꿨느냐하면, 사실 꼭 그렇지도 않다.


5년만의 정치부. 그리고 대선이다. 이번엔 특히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에 급하게 파견됐다. 다시 또 이 세계에 발을 들이려니 겁부터 난다. 그럼에도 이 부서가 신문사에서는 꽤 중요한 부서란 사실이, 이 얄팍한 자부심이 어이없게도 원동력이된다. 나도 이제 신춘문예에서 나자빠지던 20대가 아니라 직장인이니까. 한동안 고생하겠지.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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